"尹 웃음꽃 필것"..'이재명 방탄용' 논란된 당헌 80조 개정

김효성 2022. 8. 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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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측은 최근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대해 "개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우리로선 묵묵부답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 2일 강원 춘천 G1방송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이 후보.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대표를 뽑는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헌 80조 개정’ 논란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당헌 80조를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당원들이 “개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이재명 주자들은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비판하며 대립각을 팽팽하게 세우고 있다.

박용진 대표 후보는 7일 제주 호텔 난타에서 열린 전당대회 합동연설회에서 “저는 개인의 위험이 당의 위험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당헌 80조 개정에 결연히 반대한다”며 “민주당이 더 극심한 사당화 논란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은 늘 부정부패와 싸워왔고 국민의힘도 같은 조항이 있다”며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이 조항이 변경되면 민주당은 사당화될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 얼굴엔 웃음꽃이 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헌 개정 시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 후보를 겨냥한 셈이다.

당헌 80조 개정에 대해 박용진 후보(오른쪽)는 반대를, 강훈식 후보는 '1심 유죄시 직무정지'를 주장하고 있다. 중앙포토


강훈식 후보도 전날 페이스북에 “이 문제가 제기된 시점과 맥락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며 “전당대회 직전에 특정 후보의 당선을 전제로 제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특정인을 위한 당헌 개정’으로 보일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당헌 80조 개정 논의는 이 후보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의도적 표적 수사와 기소를 통한 야당 탄압, 정치개입의 가능성도 엄연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검찰의 정치개입 우려에 대해 적절한 방지 장치를 두면서 부정부패를 방지하기 위해선 1심 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되면 당직이 정지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개정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한 모양새다.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이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고 돼 있다. 친이재명계는 만약 이 후보가 대표에 선출된 뒤 성남FC후원금, 법인카드 유용 등의 혐의로 검찰이 기소할 경우 이 조항 때문에 이 후보의 대표 직무가 정지될 것을 우려한다.

민주당 강성 당원이 청원게시판에 올린 글. 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이 후보 본인는 이에 대해 거론한 적이 없지만, 이 후보 지지자들이 지난 1일 당 청원 게시판에 관련 글을 올리며 논란이 촉발됐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의 무차별적 기소가 진행되는 사정 정국이 예상된다. 해당 당헌을 개정 혹은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7일 오후 3시 현재 권리당원이 6만8546명이 동의했다. 권리당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은 지도부가 30일 이내 답변해야 한다.

이들은 개정의 필요성으로 국민의힘과의 형평성도 든다. 국민의힘 당규 22조에는 ▶살인 등 강력범죄 ▶강제추행 등 성범죄 ▶음주운전 ▶뇌물·불법정치자금 수수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됐을 경우 당직 직무정지 처분을 내린다. 이 당규는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일 때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 자동정지와 당직 직무를 정지한다’는 조항을 도입했다. 나중에 “당원권 정지까진 지나치다”는 여론이 생기자 2018년 ‘당직 직무정지’만 남긴 채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시절인 2005년 부정부패시 당원권 및 당무 자동정지 당규를 만들었다. 2004년 대표에 출마하며 "기득권 정당이라는 오명을 벗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중앙포토


국민의힘 당규는 위법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민주당 당헌보다는 덜 포괄적이라는 게 친이재명계의 주장이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민주당이 여당 시절인 2020년 8월 이해찬 전 대표가 주도해 제정했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중진 의원은 “이 전 대표가 도덕성을 높여야 한단 측면에서 포괄적인 부정부패에 대한 제재 사안을 당헌에 담았는데, 현재는 민주당이 야당이 된 만큼 수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8·28 전당대회에서 당헌 80조 개정이 이뤄지면 당 안팎의 반발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결국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만약 당 안팎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개정을 강행하게 되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라는 민주당의 고질적 문제가 재차 발생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지율 반등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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