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실점에 무너진 KIA의 어린 마무리.. 정신력 회복 시급하다
[이준목 기자]
2년 연속 20세이브를 돌파하며 주목받던 차세대 특급 마무리도, 한여름 프로야구를 뜨겁게 불태우고 있는 불펜 대화재를 피해가지 못했다. 8월 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리그 경기에서 두산이 KIA에 7대4로 역전승을 거뒀다.
KIA는 7회까지 두산에 4-1로 앞서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했다. 하지만 8회와 9회에만 불펜이 각각 3점씩을 내주며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놀라운 것은 이 6실점이 모두 마무리 정해영 혼자 기록한 자책점이라는 사실이다.
김종국 감독은 KIA 8회초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해영을 투입했다. 약간 이른 감이 있었지만, 점수차도 3점차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고 앞선 투수 윤중현은 공을 12개밖에 던지지 않고도 2아웃을 잘 잡고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마운드를 정해영에게 넘겨줬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정해영을 유리한 상황에서 조기 투입하여 승부를 확실하게 마무리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정해영이 흔들렸다. 첫 타자 안재석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출발부터 불안하더니, 곧이어 김재호의 안타, 정수빈의 투런 홈런으로 순식간에 동점을 허용했다. 저전 마무리가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투입하자마자 3연속 안타. 그것도 그중 2개를 홈런으로 내줄 것으로는 누구도 예상못한 결과였다. 심지어 안재석은 시즌 3호, 정수빈은 올시즌 첫 홈런일만큼 둘 다 장타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었다.
다행히 더 이상의 실점 없이 정해영이 8회를 마쳤지만, 김종국 감독은 이미 눈에 띄게 흔들린 정해영을 9회에도 또다시 마운드에 올리며 또 한번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고 말았다. 우려한대로 정해영은 9회에도 안타와 볼넷으로 내준 2사 1, 2루의 위기를 초래했고 허경민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중간 2타점 역전 2루타를 허용했다.
그제야 KIA 벤치가 결국 정해영을 내렸지만, 바뀐 투수 박준표도 안재석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면서 정해영의 자책점은 6점으로 불어낫다. KIA는 마지막 경기에서도 점수를 만회하는데 실패하며 무기력하게 3연패에 빠졌다.
6실점은 정해영의 데뷔 한 경기 최다실점 기록이다. 지난 5월1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4실점을 내줬던 자신의 최다실점 기록을 약 3개월만에 또다시 경신했다. 한 경기 멀티 피홈런 허용도 생애 처음이며, 어느새 자책점은 2.37에서 3.69까지 단숨에 수직상승했다. 시즌 블론세이브는 이번이 3번째였다, 2020년 데뷔해 지난해부터 KIA의 클로저로 자리잡았던 정해영의 프로야구 인생에서 지금까지 최악의 경기라고 할 만했다.
2020년 KIA에서 프로에 데뷔한 정해영은 2021년 데뷔 2년차만에 일약 팀의 주전 마무리 투수로 도약하며,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 세이브 타이인 1998년의 임창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34세이브를 수확하며 새로운 수호신으로 우뚝 섰다. 올시즌도 벌써 25세이브를 수확하며 2년연속 20세이브를 돌파했으며, 이 부문 선두인 고우석(LG, 28세이브)을 단 3개 차이로 추격하여 구원왕도 넘볼 수 있는 위치다. 2001년생으로 만20세인 정해영은 KBO리그를 통틀어 최연소 주전 마무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8월들어 눈에 띄게 주춤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에서는 4-4로 동점이던 9회말 선두타자 하주석에게 끝내기 솔로포를 맞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불과 나흘만에 이번에는 역대급 방화의 주인공까지 되어버렸다. 다만 두산전에서는 정해영의 투입에서 강판 시점까지 시종일관 이해할수 없는 투수교체 타이밍으로 오히려 상황을 더 악화시킨 김종국 감독의 책임이 더 컸다.
정해영의 구위 자체는 여전히 위력적이다. 하지만 제구력에서는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직은 어린 투수이고 부담이 큰 마무리 보직을 맡기면서도 김 감독이 수시로 연투에 멀티 이닝까지 너무 자주 등판시키면서 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여름들어 독이 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현식, 전상현의 부상이탈로 필승조가 붕괴되면서 불펜 자원이 부족해진 것도 정해영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최근 정해영만이 아니라 여름에 접어들며 KBO 리그 마무리 투수들의 부진이 속출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리그에서 현재 1점대 마무리 투수는 전무하다. 마무리투수의 대명사라는 오승환(삼성)이 5경기 연속 구원실패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세월의 흐름을 절감했고, 구원 선두인 고우석도 최근 투구내용은 그리 좋지 않았다.
키움이나 한화처럼 아예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부진으로 마무리 투수를 몇차례나 바꿔야 했던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에 비하면 2년째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정해영이 있던 KIA는 사정이 나은 편이었지만, 이제 스무살에 불과한 젊은 투수에게 너무 부담이 과중하다는 우려 또한 자아낸다.
더구나 이런 분위기라면 5강행도 이제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KIA의 시즌 전적은 48승1무48패로 정확히 5할이 됐고, 6위 두산(43승2무50패)과의 맞대결 연패로 5.5게임이던 격차는 이제 3.5게임차까지 줄었다. 7일 최종전마저 넘겨주고 스윕을 당한다면 2.5게임차까지 쫓긴다. 사실상 거의 끝난 것처럼 보이던 5강 경쟁이 새로운 변수를 맞이한 대목이다.
더구나 KIA는 최근 4회 연속 루징시리즈를 기록 중이다. 후반기 시작 이후 첫 3연전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3연전에서 스윕승을 거뒀지만, 이후 NC 다이노스-SSG 랜더스-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에서는 모두 1승2패에 그쳤다. 두산전에서는 일요일 3연전 최종전과 관계없이 연패를 당하며 루징시리즈가 또 확정됐다. SSG를 제외하면 모두 하위권 팀들에게 열세를 기록했다는 것과, 타선의 부진속에 불펜마저 덩달아 무너지는 경기 내용이 뼈아프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 KIA는 정해영마저 흔들리면 불펜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나마 출전이라도 가능한 정해영에 비하여 필승조 자체가 무너진 상황이다. 정해영이 정신적으로 부담을 빨리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KIA 벤치 역시 필승조 구성이나 정해영 활용방식-컨디션 관리에 대하여 이제 변화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렇게 행복하게 10대 마지막을 보내는 아이들도 있다
- 뭔가 하지 않으면 큰일날 것처럼 말하는 세상에게
- 자발적으로 시민 모임하다가 상까지 받았습니다
- 남편 앞에서 '입틀막', '2002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그
- 배롱나무 찾아 군산에서 여기까지 갔습니다
- 술 빚기 교육 처음 시킨 조선총독부... 숨은 이유가 있다
- [오마이포토2022] 다시 열린 광화문, 하늘에서 내려다 본 광장
- 10만5507명 확진, 일요일 넉달새 최다…6일째 10만명 넘어
- 코로나 확산에 중국 하이난 전격 봉쇄…관광객 8만명 발 묶여
- 웃음 감추지 못한 이재명... 첫 경선 74.81% 압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