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밥상, 입맛 없을 때 먹는 고춧잎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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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자 기자]
며칠 동안 코로나 확진으로 외출을 할 수 없어 냉장고에 있는 음식만 파 먹고 살았다. 그렇지 않아도 입맛이 없는 여름에 똑같은 반찬을 먹게 되면 밥 먹고 싶은 의욕이 떨어진다. 남편은 생선 한토막 구워 주면 그만이지만 나는 똑같은 생선도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는다. 새로운 신선한 반찬이 먹고 싶었다.
코로나 격리 끝나고 이틀 후에야 밖에 나갔다. 며칠 동안 감옥에 갇힌 듯한 기분이 들어 답답했다. 다른 때도 볼일이 있을 때만 외출을 해 왔지만 막상 나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더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먼저 안과약이 떨어져 안과에 예약을 하려고 갔더니 병원 출입구 앞에는 휴가라는 글이 붙어 있다. 헛걸음을 하고 돌아섰다.
볼일이 없어도 동네를 돌아다니고 싶었다. 며칠을 마음대로 외출을 못하고 살면서 구속이라는 것이 얼마나 정신적으로 힘든 건지 알았다. 8월의 햇살은 여지없이 뜨거움을 발산하고 걷고 있으니 덥다. 더워도 동네를 이곳저곳 걸어본다. 걷는 것만으로 좋다. 내 의지대로 살 수 있는 일, 사람답게 사는 일이 자유로움이란 것 새롭게 생각한다.
자고 나니 손발이 부었다. 코로나 후유중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무슨 일인지 신경이 쓰였다. 동네 병원을 찾아갔다. 지난번 병원 왔을 때와는 달리 오늘은 당당하게 사람들 속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코로나 격리 끝난 지 이틀 되었으니 밖에 나가도 된다는 문자를 받았다. 행여 몰라 이틀을 집에서 더 머물렀다. 약이 남았지만 약이 독해서 손 발이 붓나 싶어 약 먹는 걸 멈추었다. 병원 의사 선생님은 부작용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 고춧잎 시장에서 사온 고춧잎 |
ⓒ 이숙자 |
고추나물은 억센 줄기는 떼어내고 이파리만 다듬고 끓는 물에 소금 한 줌 넣고 삶아 준다. 너무 무르지 않게 삶은 고춧잎은 찬 물에 헹구어 물기를 꼭 짠 후 고추장 된장에 마늘과 참기름 통깨도 듬뿍 넣고 조물 조물 무친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고춧잎나물은 연하고 맛이 있다.
▲ 집밥 밥상 여러가지 나물로 차린 집밥 |
ⓒ 이숙자 |
가지나물과 깻잎찜도 해서 오랜만에 집밥으로 밥상을 차려 맛있게 먹었다. 가끔은 오래전에 먹어왔던 음식이 머리에서 기억을 하고 있어 입맛 없을 때 음식을 만들어 먹고 입맛을 살린다. 음식은 우리 몸을 살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건강한 몸을 지키려면 귀찮아도 먹는 음식에 신경을 써야 할 듯하다.
건강한 몸을 지키며 정신적으로 편안한 삶을 즐기는 것처럼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 없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힘들다. 힘들어도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건강한 몸을 지키며 살아야 함을 이번 코로나로 아프고 나서야 절실하게 느낀다. 몸이 아프면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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