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통 고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던 폭포
[이돈삼 기자]
▲ 진분홍 배롱나무 꽃과 어우러지는 화순 만연사. 사철 아름다운 절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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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의 풍경도 싱그럽다. 녹음이 우거져 괜찮다. 봄날엔 벚꽃과 철쭉꽃으로 화사했던 길이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버무려진다.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에도 멋스럽다.
밤에는 별천지를 이룬다. 사방이 어두워지면 호수에서 보름달이 떠오른다. 달 속에선 토끼 두 마리가 절구방아를 찧는다. 수변도 황홀경을 선사한다.
▲ 동구리 저수지와 수변길 풍경. 여름 한낮에도 그늘이 드리워져 걷기에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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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봉미술관과 주변 풍경. 화순 동구리는 자연과 문화가 버무려진 마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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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동구리 호수공원 이야기다. 평범하던 저수지가 공원으로 변신한 것은 지난 2013년부터다. 전라남도 화순군이 연못분수와 바닥분수를 설치했다. 주변의 논밭을 사들여 들꽃을 심고 쉼터도 만들었다. 황량하던 제방이 알록달록 화사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 동구리 호수공원에서 만나는 '박연' 비. 박씨가 처음 만든 못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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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나와 걸음을 만연사 방면으로 옮긴다. 잔디밭에서 오래된 비석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박연(朴淵)'이라고 새겨져 있다. 박연이 누구지? 비석 뒷면이 깨끗하다. 작은 안내판도 없다.
전후 사정을 알아봤다. 동구리 저수지(만연지)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있던 비석이란다. 비석의 글씨는 화순현감을 지낸 신수무가 썼다. 신수무는 1616년부터 3년 동안 화순현감을 지냈다. 그가 주민을 동원해 연못을 만들고, 비를 세웠다고 전한다.
▲ 독서삼매경에 빠진 정약용의 동상. 젊은 날 화순에서 살며 공부했던 인연으로 세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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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 비에서 가까운 데에 다산 정약용(1762∼1836)의 동상과 시비도 서 있다. 옛날에 절집 동림사가 있던 자리다. 만연산과 무등산 일대는 청년 정약용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정약용은 풍산홍씨와 혼인을 하고, 16살 때 화순에 왔다. 만연사 동림암에서 글공부를 하며 호연지기를 키웠다. 1777년 아버지 정재원이 화순현감으로 부임하면서다. 약용은 동림사에서 형 약전과 함께 공부했다. 약용은 <맹자>를, 약전은 <서경>을 읽었다고 한다.
'서양(옛 화순)에 마음 닦는 암자들 많지만/ 동림사가 단연 그윽하고 상쾌하구나/ 오래된 숲과 골짜기 정취 좋아하여/ 잠시 아침저녁으로 부모봉양 미루고 지낸다네/ 투명한 개울에 걸쳐놓은 징검다리 너머/ 느릿느릿 걸어 푸른 산자락에 올랐어라/ 쌀알 같은 잔설은 응달진 비탈에 남았고/ 언 이파리 상수리나무에 높이 붙어 있네/ 뒤돌아보자마자 세상 번뇌 흩어지고/ 산문 안에 드니 맑은 생각 피어나네'
▲ 화순5.18사적지 표지석. 80년 당시 시위대가 총기를 획득했던 곳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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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사 주차장에 5․18사적지 표지석도 세워져 있다. 80년 당시 화순경찰서 무기고의 총기가 숨겨졌던 자리다. 지역청년들이 무기를 찾아내 시위대에 전달했다. 광주 시위대의 든든한 뒷배였던 다이너마이트는 화순광업소에서 나왔다.
▲ 만연사 대웅전 앞의 당간지주 사이로 본 절집 풍경. 진분홍 배롱나무 꽃과 요사채가 어우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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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연사 돌담에 핀 능소화. 요사채와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뽐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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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산 만연사(羅漢山 萬淵寺)는 고려 때 만연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나한산은 만연산의 옛 이름이다. 한여름에 피는 배롱나무로 많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절집이다. 대웅전 옆 배롱나무가 핫플레이스다.
배롱나무는 크고 우람하다. 위쪽에 진분홍 꽃이 활짝 피었다. 아래에는 붉은 연등을 매달고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지만, 배롱나무는 100일 동안 꽃을 피운다.
▲ 만연산 치유의 숲. 숲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청량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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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사 계곡의 만연폭포도 유명했다. 1970∼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경통을 치유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무더위를 피해 찾는 사람도 많았다. 10여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도 장관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 물맞으러 다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 동구리 저수지와 어우러지는 마을 풍경. 새로 지은 현대식 주택과 한옥이 많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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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연산 치유의 숲도 좋다. 치유의 숲 센터도 만들어져 있다. 혈압과 체지방, 스트레스 지수 등을 측정해볼 수 있다. 편백족욕도 기분좋게 한다. 다양한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치유의 숲은 만연산(668m) 산정까지 이어진다. 소나무와 참나무, 편백 숲 우거진 사이로 오감길이 단장돼 있다. 길도 평탄한 흙길과 데크로 이뤄져 있다. 걸음을 뗄 때마다 건강이 좋아지는 것 같다.
오감길은 무등산 무돌길과도 연결된다. 무돌길은 무등산의 허리춤을 따라 도는 둘레길이다. 모두 51.8㎞에 이른다. 화순구간이 21㎞로 가장 길다. 길은 담양과 광주 동구․북구에 걸쳐 있다. 무등산은 2013년 우리나라에서 21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 화순 만연산 치유의 숲. 숲에 들어선 것만으로도 청량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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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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