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비대위 시험대.. 권력 취해 길 잃고 출구 찾아 아우성

강보현 2022. 8. 6. 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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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래 성공 사례 2번뿐
수습·쇄신 두토끼 가능할까
당 안팎 "계파갈등 해소가 최우선"
게티이미지뱅크


리더십 부재 사태를 맞은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돌입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집권 여당이 비대위를 꾸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이번 비대위는 2010년 이후 보수 정당에서 총 8차례 꾸려진 비대위들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주로 선거 패배 이후 당 혁신을 통한 재기를 모색했던 기존 비대위들과 달리 차기 전당대회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관리형’ 비대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당 관리에만 치중하고 혁신에 소홀할 경우 비대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추락한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비대위가 강한 쇄신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직 비대위원장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비대위가 성공하려면 ‘혁신’과 ‘관리’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윤 대통령과 가깝지 않은 인물로 비대위를 꾸리고, 계파 갈등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잔혹사…박근혜·김종인 비대위만 성공

보수 정당은 2010년 이후 8차례에 걸쳐 비대위를 꾸렸다. 2010년 6월 김무성, 2011년 5월 정의화, 2011년 12월 박근혜, 2014년 5월 이완구, 2016년 6월 김희옥, 2016년 12월 인명진, 2018년 7월 김병준, 2020년 5월 김종인 비대위까지다. 이번에 구성되는 비대위는 9번째가 된다.

역대 비대위 가운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는 것은 2011년 박근혜 비대위와 2020년 김종인 비대위 정도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참패와 당 소속 보좌진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사건 연루 등으로 한나라당 홍준표 지도부가 무너진 상황에서 출범했다. 박 위원장은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꿨다. 또 현역 의원 25%를 공천에서 컷오프하는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당시 친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됐지만 새누리당은 결과적으로 총선에서 152석을 확보하며 과반 의석을 지켜냈다. 박 위원장은 그해 말 치러진 18대 대선에서도 승리하며 대통령이 됐다.

김종인 비대위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대패한 미래통합당은 김종인 비대위를 출범시키고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꿨다.

또 정강·정책을 개정하는 등 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었다. 김 위원장은 4·7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뒤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그 밖의 비대위 체제는 대부분 실패해 ‘비대위 잔혹사’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 참패 이후 김희옥 전 헌법재판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뽑아 당 혁신을 추진했다. 그러나 김희옥 비대위는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간 갈등 조율에 실패하며 두 달 만에 끝났다.

2016년 12월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등장한 인명진 비대위는 서청원·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당원권을 정지시켰다. 당명도 자유한국당으로 바꿨다. 하지만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비박계의 탈당이 이어지면서 비대위는 석 달 만에 종료됐다.

당 혁신과 관리, 둘 다 잡아야

국민의힘 전신의 비대위원장을 지낸 인사들 사이에선 이번 비대위는 차기 전당대회를 위한 당 수습에 중점을 두는 ‘관리형’ 비대위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직전 선거 결과가 아닌 당 지도부의 문제로 비대위 전환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 전직 비대위원장은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 전 길어봤자 3~4개월 유지되는 비대위인데, 당 사정을 잘 아는 중진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며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보다는 당의 사정을 잘 알고 당헌·당규에 따라 전당대회를 잘 준비할 수 있는 사람이 비대위에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비대위가 너무 안정적으로 가면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은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몇 달간 집권 여당의 갈등을 목도해 왔다”며 “비대위가 전당대회 준비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달라지겠다는 비전을 국민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대위가 혁신과 관리 두 가지 측면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재선 의원도 “이왕 비상 상황이 된 김에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비대위가 공천 개혁까지는 못하더라도 계파 정치를 혁파하기 위한 내부 제도 등을 논의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관련 없는 인사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명진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비대위원장을 하면 그 나물에 그 밥이라 국민이 신선하게 보겠느냐”며 “윤 대통령의 지시와 생각이 그대로 전해져 크게 임팩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일부 세력이 당을 주도하는 상황을 정리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비대위를 만드는 의미도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희상 비대위처럼 계파 갈등도 줄여야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일보DB·게티이미지뱅크

아예 비대위에 친윤석열계와 친이준석계를 동시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2014년 9월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에서 출범했던 문희상 비대위처럼 계파 갈등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비대위가 꾸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문 위원장은 “계파 활동을 할 경우 개작두로 치겠다”며 각 계파 실세인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임명했다. 문희상 비대위는 이를 통해 계파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번 비대위는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계파 다툼을 봉합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견제와 균형을 바탕으로 비대위가 꾸려져야 당을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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