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구하려다 계곡물에..시민 영웅 6명이 살렸다 [아살세]

김민영 2022. 8. 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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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수상구조 대원들이 시민과 반려견 구해
비번에도 자발적으로 순찰·구조 참여
"1분만 늦었어도.." 감사 전한 구조자
시민 A씨가 구하려고 했던 반려견이 구조되는 모습. 양평소방서 제공


지난 3일 피서객들이 찾은 경기도 양평 용문계곡은 전날 내린 비로 물이 많이 불어난 상태였습니다. 6명의 시민수상구조대원들은 수심이 깊어진 계곡에서 익수사고가 발생할까 걱정돼 꼼꼼히 순찰을 돌았습니다.

시민 대원들의 자발적인 순찰은 퇴근시간인 오후 4시를 넘겨서도 계속됐습니다. 계곡 물가 근처에는 골든리트리버 종의 반려견과 산책을 나온 40대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들 부부는 반려견에게 공을 던져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원들은 반려견이 공을 잡으려다 계곡물에 빠지는 사고를 막기 위해 부부에게 주의를 주려고 다가갔습니다. 그 순간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인이 던진 공을 잡으려고 뛰어가던 반려견이 계곡 물살에 휩쓸린 것입니다. 남편 A씨는 반려견을 구하려고 곧장 계곡으로 뛰어 들었습니다. 다행히 반려견을 품에 안았지만 빠른 물살 탓에 대형견인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시민 대원들은 재빨리 계곡 근처에 마련된 구조도구를 가져왔습니다. 먼저 구명 로프를 남성이 물에 빠진 곳에 던졌습니다. 하지만 A씨는 좀처럼 구명 로프를 잡지 못했습니다. 한 손으론 반려견을 안고, 한 손으론 물살에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바위를 잡느라 몸을 가누기 어려웠습니다.

‘제발 잡아라….’ 대원들의 마음은 타들어갔습니다. 대원들은 구조 로프 등 구조 도구 5~6개를 추가로 가져와 A씨에게 던지며 구조를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10분이 흘렀지만 구조 작업은 진척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급류에서 반려견과 함께 허우적대던 A씨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A씨를 구하려고 맨발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구조대원들도 발바닥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힘이 빠진 A씨는 결국 물살을 타고 계곡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그때 계곡에 놓인 다리가 A씨의 앞에 나타났습니다. 다행히 다리가 세워진 곳은 구조물로 인해 물살이 약했습니다. 대원들은 이 틈을 타 구명튜브를 다리 위에서 정확히 A씨가 있는 지점으로 내려줬습니다.

계곡 물에 빠졌던 시민 A씨와 반려견이 119시민수상구조대에 의해 용소교 교각아래 안전지대로 구조된 모습. 양평소방서 제공


일반 튜브와 달리 크고 무거운 구명 튜브를 A씨에게 던지는 건 어려웠지만 로프를 연결한 구명튜브를 다리 위에서 내려주면 되겠다고 판단해 기지를 발휘한 겁니다.

계곡 물에 빠졌던 시민 A씨가 교각위로 구조되고 있는 모습. 양평소방서 제공


대원들의 간절함이 닿은 걸까요. A씨는 반려견과 함께 구명 튜브에 몸을 지탱했고 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계곡 가장자리로 이동할 수 있었습니다. A씨와 그의 반려견은 10분 뒤 도착한 소방대원들의 구조로 물 밖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이날 구조활동에는 6명의 시민구조대원들이 참여했는데요. 이 중에는 비번임에도 자발적으로 순찰에 참여한 고미영(55·여) 시민소방대장도 있었습니다.

고 시민소방대장은 국민일보에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 불안하더라구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도 쉬는 날인데 순찰을 돌았죠”라며 “다행히 우리가 그날 퇴근시간 이후까지 좀 더 둘러본 덕분에 그분(A씨)이랑 반려견이 살 수 있었죠. 얼마나 다행이에요”라며 안도의 마음을 내비쳤습니다.

시민수상구조대 12년 경력의 고 대장도 이렇게 직접 익수자를 구한 건 처음이라고 합니다. 높게 굽이치는 계곡 급류에서 사람을 구조하는 게 당황스럽고 두렵기도 했을 것 같은데요. 고 대장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눈 앞에서 사람이 빠져 있는데 어떻게 안 구해요. 평소 겁이 많은 편인데도 이때는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구요.”

고 대장은 “우리 대원들이 정말 잘 해줬어요. 다들 콘크리트에, 돌에 쓸리고 상처를 입었는데도 침착하게 잘 대응해줘서 너무 감사해요”라며 인터뷰 내내 다른 대원들에게 공을 돌렸습니다.

시민 대원들의 노력으로 무사히 구조된 A씨는 고 대장에게 “1분만 지났어도 힘이 빠져 살기 어려웠을 것 같다”며 깊은 감사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1분만 지났어도…”라던 A씨의 말처럼 익수사고 현장은 1분 1초가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긴급상황에서 6명 대원들은 단합과 생명을 향한 열정으로 한 가족의 삶을 지켜냈습니다. 같은 시민으로서 시민을 지킨다는 책임감으로 일해준 시민수상구조대의 활약에 고마운 마음을 보내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김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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