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요? 알바나 해야죠" 고물가에 귀향 포기하는 청년들

김정완 2022. 8. 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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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동기 대비 6.3% ↑
외식·식재료 물가 모두 올라..'한끼 식사'도 부담
시험 응시료까지 줄줄이 상승
"추석 연휴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추석 연휴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청년층 사이에서는 고물가 부담으로 귀향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에 나서겠다는 이들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정완 기자] #. 취업준비생 강모씨(26)는 내달 찾아오는 추석에 일할 단기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 강씨는 최근 도시락을 싸고 중고 서적으로 공부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연일 오르는 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취업 준비가 길어져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죄송한 마음"이라며 "추석엔 일당을 더 쳐주는 알바도 많아서 올해 추석은 돈이나 벌자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돈 벌기 위한 것도 있고, 취업 부담이 큰 탓도 있고 반반이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연일 오르는 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청년층의 부담도 커졌다. 외식 물가가 3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하고 시험 응시료 등이 줄줄이 올라 경제적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층 사이에서는 한 달여 남은 추석 귀향을 포기하고 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는 이들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지난해 동기 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으로 물가가 급등했던 지난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외식 및 농축수산물, 공공요금 등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며 소비자물가도 이같은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6월28일 점심시간 서울 노량진 학원가 컵밥 거리의 일부 가게가 임시 휴점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외식 물가는 가파르게 올라 '한끼 식사' 부담은 더욱 커졌다.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8.4% 상승해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29년9개월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 국제유가와 곡물가 급등으로 재료비 인상이 누적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해 3월 전년 동기 대비 2.0%였던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6.2%로 올라 6%대로 올라섰고, 6월 8%대에 올라서 7월 정점을 찍었다.

1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갈비탕(12.6%) △자장면(11.9%) △치킨(11.4%) △도시락(11.3%) △삼겹살(11.2%) △김밥(11.1%) △생선회(10.7%) △라면(10.5%) △해장국(10.5%) △떡볶이(10.5%) △돼지갈비(10.4%) △돈가스(10.1%) △칼국수(10.1%) 등 전체 1/3에 달하는 품목의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냈다.

외식을 줄여봐도 밥상 물가 부담은 줄지 않았다. 2년 차 직장인 심모씨(29)는 배달 음식을 먹지 않고 외식도 최소한으로 줄였지만 식재료 가격이 나날이 올라 고민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트에 갈 때마다 채소 가격을 보고 놀란다"며 "외식을 많이 줄였는데도 지갑이 얇아지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지난달 물가는 채소류가 25.9% 급등해 농축수산물이 7.1% 올랐다.

먹거리 물가를 비롯해 시험 응시료까지 줄줄이 올라 청년층의 부담이 커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잇따라 오른 시험 응시료도 청년층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지난달 토익 스피킹 응시료는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4000원으로 9.0% 상승했다. 이외에도 HSK IBT는 지난 3월부터 5급 기준 응시료가 15.7% 상승해 11만원으로 올랐다. IELTS는 지난 4월부터 3.0% 올라 27만3000원이 됐다. 점수를 올리기 위해 시험을 다수 치르거나 교재를 구입하면 이보다 더한 비용이 들게 된다.

한 달여 남았지만 이미 추석 연휴 아르바이트 일정을 잡은 경우도 있다. 백화점 와인 코너에서 판촉 아르바이트를 종종 해왔다는 김모씨(28)는 지인을 통해 벌써 근무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판촉 알바를 어느 정도 해본 입장에서 씁쓸하긴 해도 이런 연휴는 대목이라 먼저 일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며 "정확한 스케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아마 가능한 날짜 수대로 일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에도 물가 상승의 여파는 반영될 전망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일 "여러 상황을 보면 9월 말 또는 늦어도 10월 정도가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다음날 한덕수 국무총리는 "계속되는 폭염으로 농작물 피해가 우려되고, 또 예년보다 일찍 찾아오는 추석이 서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면서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추석 민생대책을 다른 어느 때보다도 선제적이면서도 내실 있게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부총리, 모든 장관이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완 기자 kjw1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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