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살 수는 없기에" 우리가 희망을 만든다
[더불어삶]
'이대로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뜨거운 여름, 51일간 1㎥(0.3평)의 '철창'에 스스로를 가두고 유최안 금속노조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든 팻말의 내용이다. 12글자의 말에 수십 년간 하청노동자로 살아오면서 받은 설움과 분노가 절박함과 함께 꾹꾹 눌러 담겨있다.
이 12글자는 이번 싸움을 벌였던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거다. 일하다가 언제고 사고가 나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공간에서 일해야만 하는 수많은 노동자들, 대부분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인 이들의 마음 속에도 활활 타오르는 말일테다.
▲ <김용균, 김용균들> 책 표지 |
ⓒ 오월의봄 |
김용균씨 사망사고의 최초 목격자이자 사수 역할을 했던 동료 노동자 이인구씨와 김용균씨의 어머니이자 노동운동가가 된 김미숙씨,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조합 간부 이태성씨 세 사람이 그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 일하며 살아가기 바쁘다.
이 모든 일을 만든 사람들이 김용균의 죽음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게 해야 한다. 밥 먹고 숨 쉬고 살아간다는 게,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게 인구 씨의 생각이자 결심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그는 김용균의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자기만의 싸움에 돌입한다.
사실 저를 생각했으면 이런 일을 안 하겠죠. 하지만 이 사회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는 거죠. 노동자들이 이렇게 죽는다는 걸 알고도 그냥 두고 보면 계속 돌아가시는 분들이 나올 테고, 유족도 나올 테고...... 얼마나 힘들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미숙 씨)
태성 씨는 김용균의 죽음으로 마음 밑바닥에 넣어두었던 동생의 죽음, 산재 처리도 힘들었던 동료들을 떠올렸다. 아픈 기억들이 김용균의 죽음으로 봉인 풀리듯이 흘러나왔고 태성 씨는 순간적으로 그냥 이렇게 지금까지와 똑같이 보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역사는 발전할 거라는 희망을 담은 책
김용균씨의 죽음은 태안화력발전소, 그러니까 한국서부발전에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원청 정규직 노동자들과 달리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드러냈다. 비용을 줄이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원-하청 구조가 하청 노동자를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도구'로 만들었고, 이러한 구조는 우리가 이름도 알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또 다른 '김용균'이 생기지 않도록 싸우는 과정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졌지만, 법 제정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국민의 힘이 힘을 모아 '누더기'로 만들어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노동자들은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가 없다. 2021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828명에 이른다.
용균이 사고 터졌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동안 그렇게 많이 죽었다는데 왜 아무도 나서지 않았나. 제대로 나서고 싸워줬더라면 용균이 죽지 않을 수 있었는데……. 그게 원망스러웠어요. 근데 저도 이렇게 노력했는데도 계속 똑같이 죽고 있잖아요. 법을 두 개나 바꾸고 만들고 했는데도 죽음의 숫자가 줄어들지 않는 걸 보고 이 운동이 힘들다는 걸 알았어요.
잘못된 사회구조를 바꾸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겠지만,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사람들은 싸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싸워간다. 싸우는 과정에서 세상에는 '원래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우리의 권리와 우리의 삶은 우리 스스로 싸워서 지켜야 한다는 것을 배워간다.
역사는 그렇게 한걸음씩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발전해 나갈 거라는 희망을 <김용균, 김용균들>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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