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보란듯 JSA 찾았다..과거 "北 불량국가" 돌직구도

박현주, 이경은 2022. 8. 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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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찾았다. 우크라이나 방문(4월 30일), 대만 방문(지난 3일)에 이어 이날 판문점 방문까지 러시아·중국·북한을 연이어 겨냥한 '소신 행보'라는 분석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평양도 갔던 펠로시, JSA 찾았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과 만나고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뒤 JSA를 찾아 주한미군 장병들을 격려했다. 펠로시 의장의 JSA 방문은 그 자체로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과의 통화에서 JSA 방문 일정을 언급하며 "한ㆍ미 간 강력한 대북 억지력의 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자신을 수행하는 미 하원의원들이 전방에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동료 의원들에게 판문점과 JSA 등 한국의 안보 현장을 확인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하원 정보위원 자격으로 이틀동안 방북했다. 1990년대 후반은 북한이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식량난을 겪던 때로 펠로시 의장은 "당시 북한 주민들의 가난과 비참함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이후 회고했다.

이날 JSA를 찾은 펠로시 의장의 발언이 구체적으로 전해지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한 가운데 한ㆍ미 연합 방위 태세의 굳건함 등을 강조했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 최고위급 인사가 판문점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2019년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이 마지막이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아 김진표 국회의장과 대화를 나누며 들어서고 있다. 김경록 기자.


과거에도 北 향한 돌직구


펠로시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을 만난 뒤 공개한 한ㆍ미 의장 공동 언론 발표문에서도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국제 협력 및 외교적 대화를 통해 실질적인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이루기 위한 양국 정부의 노력을 지원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펠로시 의장은 "이번 순방의 주 목적 중 하나가 안보"라며 "주한미군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도 안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의장도 "우리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확장된 대북 억지력을 바탕으로 하겠다"고 말해 비공개 회담에서 양국 간 실질적인 확장 억제 강화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펠로시 의장은 과거에도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겨냥한 대한 강경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에도 미국의 한 국제안보 재단이 주최한 화상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을 "불량(rogue) 국가"라고 부르며 "북한은 대량살상무기 판매를 위해 관련 기술을 대대적으로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대놓고 회의적 입장을 나타낸 적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보름 전 미국을 찾았던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에게 그는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며 "북한의 진짜 의도는 비핵화가 아니라 한국의 무장해제"라고 했다. 문 의장 일행이 "하노이 회담이 성공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 데 대해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도 쇼였다"며 면전에서 받아친 말이었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지난 3일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 간 문답 형식으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언급하며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라며 비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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