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피하던 박순애 신발 훌러덩.."정부 왜 이러나" 들끓는 與
4일 오전 국회에서는 ‘학제개편 철회하라’는 손팻말을 든 학부모 50여명이 야당 주최 긴급 토론회에 참석했다. 비슷한 시각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하다 신발이 벗겨진 일도 벌어졌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적어도 국회 교육위나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숙의를 거쳤으면 이렇게 난리가 나고 매를 벌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제개편과 관련한 당·정 협의가 전혀 없었던 걸 두고 여당 교육위원들도 정부에 기분 나빠하는 상황”이라는 분위기도 전했다.
與 “정부마저 왜 이러나”
최근 정부를 바라보는 여당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안그래도 고물가·고금리로 바닥 민심이 좋지 않은데 정부가 학제개편,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국민 정서를 건드리는 정책 헛발질을 계속한다는 게 불만의 이유다.
5선의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부처별로 장관마다 국민들 앞에 나가서 발표도 하고 국민들이 기대를 가질 수 있게 해야 되는데 정부가 그러지를 못하고 있다”면서 “당도 책임이 있지만 정부도 못하다 보니 무능력 이야기도 나오고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둘러싼 논란, 권성동 대행의 ‘내부총질’ 메시지 노출 파문 등으로 국민의힘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정부 스스로의 실점으로 정권의 총체적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지금이 가장 큰 문제는 물가 문제, 경제의 문제이고, 교육부도 그와 관련된 이슈들을 먼저 추진해야 하는 게 올바른 정무적 판단”이라며 “경찰국 문제도 그전에 비판한 적이 있지만 (정부가) 너무 거칠게 추진을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능’ 내세웠지만 결과는 ‘무능’
윤석열 정부는 지난 4월 ‘통합·능력·협치’를 1기 내각 인선 3대 기준으로 세우고 ‘유능한 정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취임 80여일 만에 각종 조사에서 그 정반대인 ‘무능’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 평가자(598명)들은 인사(21%)와 경험·자질 부족·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등을 이유로 꼽았다.
긍정 평가 비율(28%)이 처음 20%대까지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62%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과거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초선 의원은 “지지율 20%대를 걱정하는 이유는 국정운영 동력 상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험상 대통령 지지율이 한 번 20%대까지 주저앉으면 웬만한 정책이나 이슈로도 다시 반등시키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우려했다.
그런데도 이날 대통령실은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여소야대 상황에서 만만치가 않고, 또 일부 야당에서는 이런 부분을 악의적 프레임으로 공격하고 있다”(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고 정치권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내에서는 박순애 교육부 장관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취학 연령 인하와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정책 관계부처 장관들의 당·정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尹부터 바뀌어야” 지적도
국민의힘 소속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은 “비공식적으로 지나가듯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공식 회의를 열어 당과 사전 논의를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잘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에 대해 “국민청원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그 주제(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다”면서 “그러다 보니 정책적 판단보다 이슈가 먼저 됐다”고 말했다. 박순애 장관은 이날 오후 뒤늦게 국회를 찾아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당·정 간 협의”를 지적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 등을 면담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정책에는 경청→공감→시행 과정이 필요한데 경청이나 공감을 위한 소통과 시스템 없이 ‘무조건 시행하겠다’는 발표가 반복되자 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는 것”이라며 “현재의 지지율 하락은 집권여당과 대통령실, 그리고 대통령 본인이라는 3박자 요소가 초래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대통령이 그립을 꽉 잡고 있는데 인적 쇄신을 한들 뭐가 바뀌겠나. 대통령부터 바뀌어야 한다”(수도권 지역 의원)는 말도 나왔다.
심새롬·성지원 기자 saerom@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형돈 "임신한 아내 목 졸랐다"…봉태규도 겪은 이 증후군
- 尹 지지 20%대 추락뒤…조국·추미애 '폭풍 손놀림' 시작됐다
- "원래 놀려면 돈 이만큼 써요?" 워터파크 갔다가 깜짝 놀랐다
- 김부선 "낸시랭 미안"…'그러니 맞고 살지' 저격뒤 돌연 사과
- 합의 성관계 후 성폭행 고소했다...이 여성에 법원이 내린 판결
- "캠핑 민폐들, 이건 선 넘었다" 커뮤니티 뒤집은 사진 한 장
- "지방흡입 뒤 팔도 못 든다" 현직 의사가 고백한 후유증
- "아산병원 간호사 죽음, 이유는…" 실명 밝힌 의사 장문의 글
- 왜 미 전투기 아닌 한국 택했나…폴란드는 '나치 악몽' 기억했다
- 2억에 산 '암치료 음료수' 맹물이었다…암환자 넷 모두 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