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러시아 명운 걸린 일전..남부 헤르손에 병력 착착 집결

박형수 2022. 8. 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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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의 향배를 가를 대규모 전투를 앞두고 남부 요충지 헤르손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지원한 정밀무기를 앞세워 동부의 돈바스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봉쇄하면서, 전쟁의 초점이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12일 러시아가 점령한 헤르손의 한 지역을 우크라군이 공격하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 헤르손 합병 위해 9월 주민투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부 작전 사령부는 러시아군이 헤르손 인근 지역으로 계속 병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일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보좌관은 “2만2000명 규모의 러시아 부대가 미콜라이우와 크리비리흐로 진격하고자 준비 중이며, 이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대규모 우크라이나 군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미콜라이우와 크리비리흐는 헤르손과 가까운 우크라이나의 남부의 주요 도시들이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7일 만에 속도전으로 점령한 전략적 요충지다. 남쪽은 흑해에, 북쪽은 드니프로강에 연해 있다. 면적은 2만7000㎢로, 미콜라이우와 오데사 항구 및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흑해 해안선으로 진출하기 위한 필수 경로다.

헤르손이 주요 전선으로 떠오른 건 러시아가 이곳을 자국 영토로 합병하기 위해 다음달 주민투표를 계획하고 있어서다. 과거 러시아는 2014년 2월 말 크림반도를 침공해 점령하고 3월16일 러시아와 병합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이틀만인 18일 자국 영토로 편입한 바 있다. 헤르손의 지역 의원인 세르히 클란은 “만약 헤르손이 러시아에 합병되면,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육교로가 공식화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주민투표 계획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 지역 헤르손 시에서 지역 주민들이 러시아 점령군이 세운 행정청에 시민권과 여권을 받으러 방문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하이마스 앞세워 수복 나서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군의 M-142 고속기동 다련장 로켓(HIMARS·하이마스)을 앞세워 헤르손 탈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리 소볼레우스키 헤르손 지역의회 부의장은 “헤르손의 대부분 지역을 아직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약 50개의 마을을 해방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2일 전했다. 그는 “헤르손의 러시아군이 상당한 손실을 봤다”고도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헤르손과 다른 지역을 잇는 주요 다리를 끊고, 후방의 탄약고와 지휘소 등을 잇달아 타격하며 이곳에 주둔한 러시아군을 고립시키고 있다. 러시아군은 우회로와 부교를 통해 헤르손과 남부 점령지를 잇고 있지만 이마저도 계속된 포격에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 다련장 로켓 하이마스. AP=연합뉴스


러시아군은 헤르손 전선에서 탱크와 공격용 헬리콥터 등을 동원해 탐색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돈바스 전선에서 최정예군을 뽑아 헤르손으로 이동 배치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최소한의 훈련을 거친 신병 위주로 동원 중이라고 WSJ은 보도했다.


"9월 전 탈환 실패하면 헤르손 잃을 것"


러시아는 지난 3월 헤르손을 점령한 뒤 현지화에 힘써왔다. 수천 개의 러시아 여권을 배포하고 루블화를 보급했다. 우크라이나 통신사를 없애고 러시아의 이동전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러시아 은행 지점도 여러 곳 개설했다. 도시 곳곳에는 “헤르손, 러시아와 함께 영원하라”는 광고판을 세웠다.

하지만 헤르손 지역의 대다수 주민들은 여전히 러시아와 협력을 거부한채 우크라이나군의 승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헤르손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노바 카호브카에서는 학교 이사 14명 중 1명만이 친러 행정부에 협조했다. 노바 카호브카의 시장인 볼로디미르 코발렌코는 “사람들은 해방을 기다리고 있고, 절대 다수는 러시아에 협력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헤르손에서 사망한 우크라 군인의 장례식에서 친척과 친구들이 오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러시아의 계획대로 다음달 주민투표가 실시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우크라이나 고위 관료가 경고했다. 그는 “현재 점령지인 헤르손의 주민들은 울타리에 앉아 어느 쪽이 이길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민투표 전까지 우크라이나가 헤르손을 탈환하지 못하면, 주민들도 결국 합병을 택할 것이고 우크라이나는 헤르손을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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