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적다고 좋아할 일 아니다"..전문가가 지적한 함정
4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코로나19 재유행의 정점과 관련해 “최근 환자 발생이 다소 꺾이면서 예상했던 25만명보다 낮은 수준인 20만명 이내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8월 중순~말에 하루 최대 25만~30만명으로 전망했던 것보다 줄었다.
이날 백 청장은 질병관리청 브리핑에서 “3주간 매주 2배씩 환자 발생이 증가했지만, 지난주부터는 천천히 증가세가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7월 31일~8월 3일까지 4일간 감염재생산지수는 1.13이다. 통상 감염재생산지수가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는데 7월 2주 1.58까지 증가한 뒤 ▶7월 3주 1.54 ▶7월 4주 1.29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백 청장은 정부 측과 민간 측 연구 결과를 종합해볼 때 “20만명 이내로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이 되고 유행은 다소 길게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단검사에서 잡히지 않은 '숨은 감염자' 있을 가능성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 체계가 잡아내지 못했을 뿐 숨은 감염자가 이미 20만명을 넘었을 것으로 전망했다. 질병청 자료를 보면 주간 일평균 PCR 검사 건수는 20만여건이다. 3월 오미크론 대유행 때 최대 80만건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이다. 진단검사 체계가 전환된 뒤 동네 병ㆍ의원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있지만, PCR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대상도 제한적이다보니 숨은 감염자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행 정점 낮을 경우 기간 길어질 것”
또 다른 시나리오는 정부 발표대로 확진자가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나는 경우다. 엄중식 교수는 “확진자가 낮게 나타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다”라며 “지금의 확진자 수준이 이어진다면 정점은 낮지만, 유행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일선 의료기관들이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부담을 길게 안고 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도 “어느 정도 감소가 진행된 뒤에는 정체기를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라며 “그다음에 겨울에 또 한 번 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해외 상황 등을 보면 BA.1·BA.2 오미크론 대유행 때와 비교해 정점이 약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치면 지난 3월 17일 62만명의 정점을 기록했던 것의 절반인 30만명 수준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확진자가 소폭 더 늘어난다고 해도 3월 대유행 때처럼 위중증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라며 “지금의 의료대응 체계에서 감당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계절 독감(인플루엔자)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이날 백 청장은 “오미크론 감염 때 치명률을 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중간값은 약 0.22%로, 독감(0.02%)의 거의 10배 수준”이라며 “우리나라는 0.04%로 스위스 등과 함께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명률 외에 신규 입원율이나 중환자실 입원율 모두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그룹이고,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확산 세가 줄어든다고 해도 코로나19 퇴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집단면역’에 대한 질문에 “천연두처럼 퇴치나 홍역처럼 거의 발생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코로나19는 그런 부분은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감처럼 유행기에 조심하고 비유행기에는 일상생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생활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도 몇 년은 걸리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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