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 결심했다? 달라진 이준석, 대놓고 尹 비판 시작

성지원, 김은지 2022. 8. 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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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이르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여권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지난 3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기현 당시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4일 오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 언론의 칼럼을 공유한 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고 썼다. 해당 칼럼에는 앞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통령실 인사 논란에 대해 낸 비판 논평이 윤 대통령을 격노하게 했고, 이것이 결국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 대표는 “저는 대표 취임 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 저걸 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박 대변인은 대선이라는 전장에서 논리로 치열하게 상대와 맞붙었던 선무공신(임진왜란에서 승전한 공신)이고, 후보 옆에서 심기경호하고 다니던 호성공신(선조와 함께 피난한 공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인사 논란에 대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맞받아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 발언을 해명하거나 보충하기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강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무슨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비판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달 8일 윤리위 징계 이후 이 대표는 여러차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과 각을 세웠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왔다.

지난 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자신을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윤 대통령보다는 여의도 정치와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ㆍ전국위원회 일정을 확정한 3일부터 이 대표의 메시지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발언을 패러디하며 “‘내부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닌가.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상황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용피셜’은 ‘용산 오피셜’을 줄인 말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이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선 "비대위 전환에 대해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결심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3일 밤 페이스북에 “앞으로 모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 곧 필요할 듯 해서”라고 썼는데, 이 대표 측근은 “법원에 비대위 출범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사진 SNS 캡처


같은 날 이 대표가 공을 들인 ‘나는 국대다’ 오디션 출신인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당원들이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SNS 오픈 채팅방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를 개설했다. 신 전 대변인은 4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고 있는데, 책임당원 500~1000명 정도가 모여 비대위 출범이 ‘당원권 침해’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비윤계' 3선인 조해진ㆍ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한 '한시적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상생 당헌 개정안”이라고 부르며 “상생 개정안은 이준석 쫓아내기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해당 안이 의결될 경우 “이 대표가 바로 가처분 소송을 걸 것이고, 당이 끝없는 법정공방에 시달려 국민께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데 대해선 이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 내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측근은 “지금 핵심 쟁점은 여당의 비상식적인 행보인데, 이 대표가 굳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싸울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럴 경우 당 소속 의원들도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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