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카드' 결심했다? 달라진 이준석, 대놓고 尹 비판 시작
국민의힘이 이르면 9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여권 내부 갈등이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한 언론의 칼럼을 공유한 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고 썼다. 해당 칼럼에는 앞서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통령실 인사 논란에 대해 낸 비판 논평이 윤 대통령을 격노하게 했고, 이것이 결국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중징계로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이 담겼다.
이 대표는 “저는 대표 취임 이후 대변인단이 쓰는 어떤 논평에도 ‘이걸 쓰라, 저걸 쓰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며 “박 대변인은 대선이라는 전장에서 논리로 치열하게 상대와 맞붙었던 선무공신(임진왜란에서 승전한 공신)이고, 후보 옆에서 심기경호하고 다니던 호성공신(선조와 함께 피난한 공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대표는 인사 논란에 대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맞받아쳤던 윤 대통령의 발언을 거론하며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직격했다.
이 대표는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 발언을 해명하거나 보충하기보다는 만면에 미소를 띄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강 대변인은 할 일을 하지 않았고, 박 대변인은 할 일 이상을 용기와 책임의식을 갖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무슨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직접 비판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달 8일 윤리위 징계 이후 이 대표는 여러차례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과 각을 세웠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왔다.
지난 달 26일 윤 대통령이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자신을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한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윤 대통령보다는 여의도 정치와 여당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ㆍ전국위원회 일정을 확정한 3일부터 이 대표의 메시지도 달라졌다. 이 대표는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발언을 패러디하며 “‘내부총질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닌가.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상황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용피셜’은 ‘용산 오피셜’을 줄인 말로, 윤 대통령의 의중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이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이는 데 대해선 "비대위 전환에 대해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결심이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3일 밤 페이스북에 “앞으로 모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 곧 필요할 듯 해서”라고 썼는데, 이 대표 측근은 “법원에 비대위 출범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이 대표가 공을 들인 ‘나는 국대다’ 오디션 출신인 신인규 전 상근부대변인은 당원들이 참여해 소통할 수 있는 SNS 오픈 채팅방 ‘국민의힘 바로세우기(국바세)’를 개설했다. 신 전 대변인은 4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원들이 여러가지 의견을 내고 있는데, 책임당원 500~1000명 정도가 모여 비대위 출범이 ‘당원권 침해’라는 취지로 가처분 신청을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실제로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비윤계' 3선인 조해진ㆍ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의 복귀를 전제로 한 '한시적 비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하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상생 당헌 개정안”이라고 부르며 “상생 개정안은 이준석 쫓아내기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앞서 상임전국위ㆍ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당헌 개정안을 상임전국위에서 의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 의원은 해당 안이 의결될 경우 “이 대표가 바로 가처분 소송을 걸 것이고, 당이 끝없는 법정공방에 시달려 국민께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상황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데 대해선 이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 내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측근은 “지금 핵심 쟁점은 여당의 비상식적인 행보인데, 이 대표가 굳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싸울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럴 경우 당 소속 의원들도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 두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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