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의전 참사' 논란에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관례"
[곽우신 기자]
▲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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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4일 오후 4시 57분]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하는 과정에서 의전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낸시 펠로시 의장의 파트너가 국회인만큼 의전 논란의 책임도 국회에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동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을 마치고 지난 3일 늦은 오후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를 통해 한국 땅을 밟았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영접에 나섰지만 당시 현장에 우리 정부나 국회 측 인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후 TV조선은 익명의 주한미국대사관 관계자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은 한국 측 의전 관계자가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이 호텔에 도착할 때도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입장한 것을 두고도 이런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야당에서 포문을 열었다. 오영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의 외교 무능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것인가?"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외교 결례가 의전 참사로 이어지며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외교에서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아마추어 외교가 빚은 부끄러운 참사"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처음이라서 아마추어 외교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 같지만 의전 참사를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허둥지둥하며 오후에 펠로시 의장과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지만 의전 참사를 뒷북 대응으로 덮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라도 의전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 2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최영범 홍보수석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간 문자 대화가 언론 보도를 통해 노출된 것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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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대통령실에서 적극 수습에 나섰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일부 언론이 펠로시 의장의 공항 영접에 다소 소홀한 점이 있었다 이렇게 보도한 것은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라며 "펠로시 의장의 방한에 따른 공항 영접을 비롯한 제반 의전은 우리 국회가 담당하는 것이 외교상의, 또 의전상의 관례"라고 말했다.
이어 "확인해 보니까 국회 의전팀이 영접을 나가려고 했지만 미국 측이 늦은 시간에 더군다나 공군기지에 도착하는 점을 감안해 영접을 사양해 국회 의전팀이 공항 영접까지는 나가지 않은 것으로, 서로 양측에 양해와 조율이 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의전 지침에도 외국의 행정부 요인이 방한할 경우에는 당연히 우리 외교부가 방한하는 분의 비중에 따라서 경우에 따라서는 장관, 차관, 의전장 이런 분들이 공항 영접을 나가는 규정이 정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라면서도 "그렇지만 행정부 인사가 아닌 의회 인사의 경우에는 일종의 파트너인 우리 국회가 의전을 맡는 것이 관례이고 당연한 일"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한미 양국 모두 행정부의 역할, 의회의 역할이 명확하게 잘 구별되어 있고 각자 맡은 역할들을 잘 수행하고 있다"라며 "이번 의전이나 이런 것들도 그런 역할 분담에 따라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이해해 주시면 어떨까 싶다"라고 반복했다.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던 그 시간,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대학로에서 연극을 관람 후 배우들과 술자리를 가진 데 대해서도 외교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 수석은 "우리가 미국 의회를 경시할 이유도 없고, 더군다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의 요인이 왔는데 우리가 홀대를 하거나 경시할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라며 "연극은 어제 저녁에 펠로시 의장이 도착하시기 전에 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펠로시 의장이 한국을 떠날 때 역시 별도의 배웅 계획이 없는지 기자들이 묻자, 최 수석은 "그럴 계획은 들어본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고재학 국회의장 공보수석 역시 이날 국회에서 따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전에 관련 사항에 대해서 협의를 했다"라며 "국회 사무처 관련 부서와 미국 쪽이 협의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확인을 해봐도 미국 측과 국회가 사전 실무협의를 거쳐 의전을 나가지 않기로 한 것이 맞다"라며 "주한미국대사관 측에서 '불쾌하다'는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인지 모르겠다"라고 TV조선의 보도를 사실상 부인했다.
이어 고재학 수석은 "펠로시 의장이 공개적으로 수차례 한국 쪽 환대에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고,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오찬 때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라며 "펠로시 의장이 그 정도로 말씀했으면 '불편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불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4일 오전 국회를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 역시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이제 '손님에 대한 의전'까지도 정쟁의 도구로 삼는가"라고 꼬집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이 오전부터 우리 대통령을 향해 '의전 참사' 운운하며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라며 "의전상 결례가 있었다면 일차적으로 민주당 출신의 김진표 국회의장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은 채 민주당은 유독 대통령만 공격하는 데 골몰했다"라며 "손님이 오셨는데 집안끼리 싸움이라니, 부끄럽다. 이제 정말 그만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우리 국회의장이 미국에 도착했는데 미국 의회에서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고 냉대를 한다고 생각해 보시라. 얼마나 큰 외교적 결례이고 대한민국 무시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장은 이 심각한 결례에 대해 펠로시 의장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떳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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