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완전히 망쳤다"..'에바종' 10억 먹튀에 소비자 분통

김남영 2022. 8. 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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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A(48)씨는 온라인 호텔 예약 대행업체 ‘에바종’에서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를 자유롭게 예약‧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샀다. A씨는 플래티넘 등급으로 6개월간 이용할 수 있는 이용권을 두 장 구매하면서 약 2000만원을 지불했다. 그런데 지난 7월 호텔 패스로 발리에서 이용한 리조트에서 체크아웃하다가 리조트 관계자로부터 “에바종으로부터 숙박비가 지급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A씨의 친언니 역시 1년짜리 이용권 2장, 6개월짜리 이용권 2장을 구매하면서 5000여만원을 에바종에 지불했다. A씨의 언니는 에바종이 숙소 측에 비용을 내지 않아 1800만원의 숙박비를 추가로 납부했다고 한다. A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에바종에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며 “언니까지 합치면 약 8700만원을 피해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민사 책임을 묻기 위한 집단소송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형사 고소도 진행할 예정이다.

온라인 호텔 예약 대행업체가 숙박료를 선입금 받고도 정작 숙소 측에 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무실을 닫고 “재택근무에 돌입했다”는 공지를 올리면서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먹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휴양지로 유명한 사이판의 모습.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선입금하고 휴가지 도착했더니 예약 취소?”

온라인 호텔 예약 업체 에바종이 숙박료를 선입금 받고도 정작 숙소 측에 대금을 입금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 에바종 웹사이트 캡처.

에바종은 국내외 호텔·리조트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온라인 예약 대행사다.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저렴한 가격에 고급 숙소를 이용할 수 있어 여행을 많이 다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이 났던 업체였다.

그런데 최근 에바종을 통해 숙소를 예약했는데 정작 숙소에서는 돈을 받지 못했다고 해 예약이 취소된 피해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해자 B씨(45)는 “130만원을 주고 예약한 다낭의 호텔에서 가족들과 2박 묵을 예정이었다”며 “그런데 숙박하기 전날 에바종으로부터 ‘호텔 측으로 송금하지 못해 예약이 취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B씨는 “원래 묵기로 한 숙소를 가지 못하고 급히 구한 다른 호텔에 150만원을 주고 묵었다”며 “여름휴가를 완전히 망친데다 환불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피해자들은 각각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전체 피해 규모는 5억~10억원으로 추정된다. 거액의 피해는 에바종이 최근 6개월~1년 단위의 ‘호텔 패스’ ‘트래블 패스’ ‘럭셔리 5성급 호텔 피트니스 센터·레저 클럽 무제한 이용권’을 판매하면서 발생했다. 국내 호텔 패스는 성인 1인 기준 6개월에 534만원, 1년은 95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에바종 “기다려주면 환불 안내하겠다”


에바종 측이 자사 SNS에 올린 공지문. SNS 캡처

피해자들은 에바종이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다고 호소한다. 현재 에바종은 일부 피해자들에 “급작스러운 자금 이슈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태”라며 “8월 현재 급증하는 환불 문의 건으로 인해 9월 중순부터 선결제 된 금액을 순차적으로 환불 될 예정”이라는 문자만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바종은 지난 2일부터 사무실 문을 닫고 전 직원이 재택근무에 돌입한 상태다. 에바종은 SNS를 통해 “8월 2일부터 전 직원 재택근무에 돌입했으나, 이는 사업을 계속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객 환불 및 운영에 많은 불안을 느끼고 계신 점 알고 있다”며 “투자 유치 및 인수 합병 등의 방안을 협의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환불 예정 일자를 안내해드리겠다”고 공지했다. 이와 관련, 에바종 대표에게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기죄 적용 가능할까…피해자들은 집단소송 준비


에바종을 운영하는 본보야지의 매출 현황.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 캡처.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한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조사에 착수했다. 에바종 대표에 대해서는 지난 2일 출국금지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온라인 단체카톡방을 통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를 우려한다. 중소기업현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에바종을 운영하는 본보야지는 2015~2019년 자본잠식 상태였다. 환불 중단 사태로 소비자에게 수천억원대 피해를 안긴 머지포인트 사태에서 머지포인트 운영사였던 머지플러스 역시 자본잠식 상태였다.

황준협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먼저 돈을 받고 서비스해주기로 약속한 부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던 것이니 (머지포인트 사태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채무가 많은 상황에서 돌려막기를 위한 수단으로 미끼성 상품을 판 것 같다는 의심이 들고,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일종의 기망행위로 볼 수 있다”며 “사기죄로 형사적 책임은 물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민사적으로도 채무 불이행이기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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