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 시대에 돌아온 19살 원조 SNS '블로그'
네이버 블로그가 다시 화제다. 출시한 지 20년이 다 돼가는 ‘원조 소셜미디어’의 부활이다. 네이버 블로그는 2003년 인터넷 붐을 타고 세상에 나타난 후 바로 전성기를 보냈다. 이후 트위터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 치이면서, 정작 전 세계적으로 소셜미디어 열풍이 불 때는 조용히 뒤로 밀려났다. 그러다 2020년부터 부활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 블로그 닫고 페북 하락세인데
▷네이버 블로그 홀로 부활
3억개.
지난해 한 해 동안 네이버 블로그에 새로 생성된 콘텐츠 수다. 직전 해에 비해 무려 5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새로 만들어진 블로그 개수도 200만개에 달한다.
앱 MAU(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살펴봐도 네이버 블로그의 부활을 알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네이버 블로그 모바일 앱은 지난해 1월에 비해 올 7월 MAU는 13.3% 증가했다. 반면 소셜미디어 시대를 열었던 페이스북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MAU가 15% 빠졌다. 인스타그램은 MAU가 늘었지만 8% 증가율을 기록해, 블로그보다 그 성장세가 완만했다. 블로그는 긴 글이 주 콘텐츠로, 상대적으로 모바일보다 PC 환경에 친화적이다. 그럼에도 앱 MAU의 성장세가 다른 주요 소셜미디어에 비해 분명하게 나타났다.
경쟁 포털 사이트 다음은 오히려 블로그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음은 블로그 서비스를 오는 9월부터 중단한다. 네이버 블로그와 비슷하게 2000년대 초 전성기를 누렸던 소셜미디어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싸이월드는 지난 4월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이후 1인당 월 평균 사용 시간과 사용 일수가 각각 20분, 5일에 그쳤다. 동문 찾기 서비스 아이러브스쿨 역시 같은 시기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코로나 특수에 MZ 픽…수익화까지
네이버 블로그가 다른 유사 서비스와 달리 홀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게 된 이유는 뭘까.
코로나로 집콕에…‘긴 글’ 관심
우선 ‘코로나 특수’가 가장 먼저 대두되는 배경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콘텐츠 시장 전반이 크게 성장했다.
이때 콘텐츠 작성도, 소비도 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장문 소셜미디어’ 블로그가 특히 수혜를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전까지 콘텐츠 시장은 유튜브 숏츠(1~2분 내외의 초단기 영상), 틱톡 등의 숏폼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콘텐츠 소비 시간 자체가 길어지면서 비교적 긴 시간이 소요되는 콘텐츠에도 관심이 모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블로그는 글을 기반으로 사진, 동영상, 자체 이모티콘 등을 적절히 사용할 수 있어, 긴 글에 재미를 더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네이버 관계자 역시 “블로그 흥행은 코로나19 유행 덕을 많이 봤다. ‘집콕’하며 장문 콘텐츠, 블로그를 찾기 시작한 이용자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한다.
▶1030 픽…MZ세대 ‘온라인 일기장’
블로그의 부활을 이끈 것은 단연 1030 MZ세대다. 네이버 블로그는 커뮤니티 활성화의 핵심인 젊은 층을 사로잡으며 부활할 수 있었다.
네이버 블로그 이용자 연령대는 늙지 않고 있다. 20년 가까이 오래 운영돼온 소셜미디어임에도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돼, 주 사용층 연령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네이버 측 설명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전체 블로거의 70%가 10~30대 사용자다. 1020세대로만 좁혀도 전체의 44%다.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 6월 매주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는 ‘주간일기 챌린지’를 진행했는데, 한달간 60만명이 참여한 이 챌린지에도 10~30대 참여자 비율이 90%에 달했다. 이와 관련 김보연 네이버 블로그팀 리더는 “블로그는 MZ세대 이용자들이 일상을 기록하고 이웃과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평했다.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 같은 ‘동년배 소셜미디어’가 고전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들은 20대 후반 이상 연령대 이용자들이 과거를 추억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접속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보다 젊은 층이 커뮤니티 활성화의 핵심이지만, 이 세대 이용자를 고정적으로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네이버 블로그는 1030을 장기 이용자층으로 확보하며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하락세를 맞은 페이스북도 비슷하다. 여전히 20억명 넘게 찾는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지만, 2018년을 전후해 젊은 세대가 이탈하면서 역성장이 일어났다. 지난해 메타에 따르면 2019~2021년간 페이스북의 10대 이용자가 13% 감소했으며, 향후 2년간 45%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과시에 지쳤다…솔직 담백 콘텐츠
‘과시 피로감’은 블로그의 세 번째 인기 비결로 꼽힌다. 최근의 소셜미디어 트렌드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한 과시형 콘텐츠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한 반감이 블로그 인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한동안 ‘인스타그래머블’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과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의 주를 이뤄왔고, 이는 사진 중심 소셜미디어 성장을 견인해왔다. 이런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꾸며야 하는’ 피로감이 더 커졌다.
블로그에는 인스타그램보다 비교적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일기를 쓸 수 있다. 긴 호흡의 글 기반 콘텐츠는 기쁘거나 자랑하고 싶은 순간뿐 아니라, 괴로움이나 아픔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공유하기에도 적합하다.
“인스타그램 속 젊은이들은 대부분 연출된 좋은 경험, 예쁜 모습만을 공유한다. 과시가 중심이 되면 일상에 느끼는 모든 스펙트럼의 감정을 공유할 때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네이버 블로그의 경우 일기나 일상, 감정을 공유하는 글이라면 보다 솔직하게 쓸 수 있고, 그런 글은 보는 사람 입장에서도 공감이 훨씬 잘 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생각이다.
비실명, 비지인 기반 ‘느슨한 연대’로 이뤄진 블로그의 특성도 솔직한 일상을 공유하는 데 한몫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대체로 실명, 지인 기반으로 이용하는 이가 많다면 블로그는 반대로 닉네임과 비지인인 ‘이웃’ 기반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블로그는 이웃 기반 ‘느슨한 연대’로 이뤄진 커뮤니티다. 별로 친하지 않은 지인 기반 소셜미디어보다 이용자들이 더 눈치 보지 않고 솔직하게 일기를 쓸 수 있는 이유”라고 말한다.
▶‘돈 버는 SNS’ 수익 창출 톡톡
블로그를 통한 수익 창출이 쉽다는 점도 이용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대표적인 기능이 ‘애드포스트’다. 글 본문에 광고를 추가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의 보상 체계다. 다른 소셜미디어처럼 구독자 상대로 제품을 판매하거나 외부 업체에 협찬을 받는 것보다 수익 창출의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 블로그를 비롯한 전체 애드포스트 규모는 지난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성장한 만큼, 성장에 기여한 이용자에게 수익이 돌아간 셈이다. 이 같은 특징 때문에 네이버 블로그는 ‘N잡러’의 부업 수단으로도 사랑받는다. 크몽, 숨고 등의 재능 공유 플랫폼에 블로그를 활용한 ‘부업 꿀팁’ 클래스가 여럿 열리고 있는 이유다.
[윤은별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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