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썩어가고 사람은 구토" 악취 진동하는 낙동강

윤성효 2022. 8. 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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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일부터 환경단체 2박 3일 낙동강 주요 구간 녹조 조사.. "수문 열고 물 흐르게 해야"

[윤성효 기자]

 
 8월 4일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 부근의 녹조
ⓒ 윤성효
 
 8월 4일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 부근의 녹조
ⓒ 윤성효
 
"강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이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 시작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들은 4일부터 사흘 동안 낙동강 주요 구간을 현장 조사하고 원수와 퇴적토를 수거해 녹조 독소 농도를 분석한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를 단장으로 이승준 부경대 교수 등 전문가와 시민·환경단체 회원 20여 명이 참여한다.

첫날인 4일 조사단은 경남 김해 대동선착장에서 수질 분석을 위한 채수·채토 작업을 진행했다. 대동선착장은 녹조가 심하게 발생했고 악취가 진동했다.

박창근 교수는 "낙동강에는 깔따구 유충 등 4급수에서 자라는 지표종들이 있다. 지금 낙동강 수질은 4급수보다 더 나쁜 6급수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금 공무원들은 시민들에 이 물을 먹어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이게 과연 정부 정책이 펴는 공무원들이 가져야할 자세인가. 이 정도라면 공무원들이 먼저 취수 중단을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1300만 주민들이 지금 보듯이 녹색으로 변한 낙동강 물에 의존하고 있다. 곳곳에서 녹조가 발생하면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고 있다"라며 "그렇다면 이 물의 위험성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하는데,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고 시민의 생명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민 "녹조 심한 강에서 물고기가 썩어간다"
 
 8월 4일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 부근의 녹조
ⓒ 윤성효
 
 8월 4일 낙동강 김해 대동선착장 부근의 녹조
ⓒ 윤성효
어민들 역시 녹조로 파괴된 생태계에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회견장을 지켜본 한 어민은 "강이 아니라 호수다. 제일 하류에는 하굿둑이 막혀 있고 상류에는 보가 있다. 양쪽이 막혀 있어 흐르지 않는데 무슨 강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40여 년간 낙동강에서 어류를 잡았다는 이 주민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강에 어구를 쳐놨다. 그 속에 물고기가 들어가 있는데, 건져내지 않고 바로 놓아버린다"며 "그렇지 않으면 죽어서 썩는다. 녹조가 심한 물에서 잡은 물고기를 누가 먹으려고 하겠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어 "어구를 손질하려고 강에 나갔다가 오면 녹조로 인한 악취에 머리가 아프고, 심할 때는 구토까지 난다. 피부병도 생긴다"면서 "하굿둑이 생기고 난 뒤에 녹조가 생기더니 보가 들어선 뒤에는 더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조사단은 이날 회견문에서 "낙동강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 낙동강이 지닌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가장 확실하면서도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이라면서 "상식에 기반한 국가 정책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곪아 터진 녹조 환경재난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지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은 낙동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라며 "수문을 열고 낙동강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조사단은 ▲낙동강 하굿둑 상·하류 ▲김해 창암취수장 부근▲매리·물금 취수장 부근 ▲창원 본포취수장과 창녕함안보 선착장 ▲함안 칠서취수장 ▲창녕 유어선착장 부근에 대한 채수·채토와 저서생물 조사를 시작으로 2박 3일 현장 조사를 벌인다.

둘쨋 날에는 ▲합천창녕보 어부선착장 ▲낙동강 레포츠밸리 ▲달성보 선착장 ▲화원유원지 ▲매곡취수장 건너편 부근 등을 마지막 날은 ▲칠곡보 생태공원 ▲해평취수장 ▲낙단보 선착장 ▲상주보 선착장 ▲영주댐 상류 부근 등을 살필 예정이다.
     
악화되는 낙동강 수질... 정부는 여전히 "수돗물은 안전"

앞서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6~7월 사이 낙동강의 녹조 독소 검사·분석 결과, 미국의 물놀이 기준(8ppb)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조사에서 창원 본포수변생태공원은 8600ppb로 미국 기준의 1075배, 창녕함안보 선착장 4997ppb(624.6배), 창녕 남지(좌안) 408ppb(51배), 성주대교 하단(우안) 465pb(58.1배), 낙단보 율정호 선착장 1180ppb(147.5배) 등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조사에서 대동선착장 계류장은 732.87ppb(91.6배), 성주대교 하단(우안) 7500ppb 이상(937.5배), 고령교 하단(우안) 8000ppb 이상(1000배 이상)이었고, 대곡취수장 맞은편과 창녕 장천리 파크골프장은 각각 5000ppb 이상으로 미국 기준의 625배 이상으로 보였다.

이철재 국장은 "지난해 7~8월 낙동강 조사 중 가장 수치가 높은 지점은 달성보 선착장으로 5921ppb였다"라며 "올해는 혹서기 이전임에도 지난해보다 고농도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2월과 3월에는 낙동강 노지에서 재배된 쌀, 배추, 무에서 녹조 독소가 축적된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지난 7월 말 이승준 교수팀(부경대)에 의뢰해 분석한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했다.

이들은 "흐르지 못해 고인 낙동강은 본래 강이 지닌 자연성을 상실한 심각한 상태"라면서 "농산물과 수돗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녹조 독소가 이미 환경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와 경남도, 부산시를 비롯한 지자체는 낙동강 물을 원수로 사용해서 고도정수과정을 거쳐 안전한 수돗물을 제공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도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 단체는 4일 오전 낙동강 김해대동선착장에서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 조사'를 벌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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