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과 한류,기이한 동거③] '정치와 문화는 별개'라지만..혐오 대안 아닌 현상

류지윤 2022. 8. 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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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소비층, 정치에 관심 적어"
안일한 인식 지적, 신뢰 필요

2020년은 일본 내 한류의 분위기를 극적인 반전으로 이끈 한 해였다. 2019년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양국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한국에서는 '노 재팬' 운동이 이뤄지고, 일본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은 취소하기 바빴다.


일본 서점가에는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과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해 논란이 된 책 이영훈 작가의 '반일 종족주의'가 일본 인터넷 서점 아마존 재팬에서 불티나게 팔렸다. 대형서점은 '반일 종족주의'를 두고 베스트셀러 마케팅을 벌이며, 금전 앞에서 편향된 우익의 시선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았다.


또 아시아 문화 강국으로 1970~90년대까지 사회부터 문화까지 황금기를 누렸던 어느 일본인들은 과거의 영광을 잊지 못하고 한국 콘텐츠를 흠집 내기도 했다.


한류와 혐한은 언제나 공존했지만, 시간에 따라 모양새도 변했다. 2019년 날카로웠던 서로에 대한 감정이 무색하게 일본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된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에 푹 빠졌다. 이후 '오징어 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소년심판' 등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한국 드라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우월한 국민성을 드러내거나, 한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아라시의 마츠모토 준은 방탄소년단의 전 세계적 인기에 "현재 아시아 팝 세대가 부상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1960년대 쟈니스가 이뤄놓은 기본 작업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라며 "쟈니가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자체로 유산은 이어지고 살아있다. 다른 문화와 나라에 뿌리내리고 있는 꽃들을 볼 수 있다"라고 폄하했다.


지금도 이 분위기가 또 어떤 모양으로 바뀌며 공생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여기에 지난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또다시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혐한의 나라 일본'의 저자인 신창기 작가(이하 신작가)는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사망으로 일본의 한류에 끼칠 영향은 전혀 없다고 바라봤다. 신 작가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범인은 재일 조선인이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고 심지어는 메이저 언론에서도 아무 검증 없이 바로 보도했을 정도다. 그리고 아베는 혐한을 정치로 가져온 장본인이다. 게다가 현재 일본에서는 범인의 어머니가 빠져있다는 통일교에 관심이 쏠리면서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적 요소가 일본 내 한류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라고 전했다.


신 작가는 한류 소비층이 대다수 여자들이며, 비교적 정치에 관심이 적어 이슈에 민감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 작가는 "혐한 언론의 보도를 믿는다고 해도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정치와 문화는 별개의 것이라며 선 긋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이유를 들었다.


또 신 작가는 중년 여성이 한류를 소비하는 중심세력이었다면 현재는 한류를 소비하는 중심세력이 10대와 20대로 이동해 기존 세대보다 더 정치에 크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현재 넷플릭스 TV 쇼 부문 10위권 내 한국 작품이 6개가 랭크된 것을 이유로 들며 "아베 전 총리 사망 이후에도 전혀 변함없이 한국 드라마는 인기를 지속하고 있다. 참의원 선거는 자민당을 포함한 개헌세력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추모의 의미가 크다"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연예 관계자 역시 "혐한 감정을 가진 우익들이 있긴 하지만 케이팝은 물론이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기 때문에 정치적인 감정이나 역사적 문제 때문에 그런 콘텐츠들을 거부하는 시대는 지난 거 같다"라며 "특히 젊은 층은 패션이든 미용이든 전부 한국 스타일은 곧 세련되고 멋진 스타일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더욱 반감이 없고,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층에서도 요즘은 정치 문제랑 문화는 별개라는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혐한 때문에 한국 콘텐츠 인기가 떨어지거나 영향이 생길 거 같진 않다"라고 전해왔다.


그러나 이 같은 시각이 안일하다며 반기를 드는 일본 미디어 관계자도 있었다. 한국과 일본 엔터테인먼트는 모두 경험한 이 관계자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서로 간의 지식과 양의 차이가 다르다. 과거 역사에 대해 일본인들은 관심이 부족하다. 일본을 불편하게 여기는 한국인들의 감정에 대해 관심도 인식도 적다. 왜곡된 역사 주입으로 형성된 편견과 선입견이 지금까지 혐한의 반복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신뢰 관계가 바탕이 됐을 때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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