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 스마트폰이 삶을 빨아들이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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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을 어렵지 않게 분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사람들을 만나야 우리 뇌가 쾌락을 느끼고 도파민을 분비시켰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쾌락을 얻을 수 있다.
각종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우리의 정신 자체가 스마트폰을 향해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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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을 어렵지 않게 분류할 수 있다. 집 안에서 혼자 놀면서 홀로 몰두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들을 만나 활동적으로 일하고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사람은 확실히 구별된다.
그러나 이 시대는 묘하게 ‘내향형 인간’을 더 양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코로나와 거리두기 시대의 여파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의 영향이 지대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을 만나야 우리 뇌가 쾌락을 느끼고 도파민을 분비시켰다면,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하루 종일 쾌락을 얻을 수 있다.
각종 영상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우리가 거의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넷플릭스 등 최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을 시청하다 가만히 두면 ‘다음 화’로 무한 재생된다. 타이밍을 놓치면, 다음 화도 중독된 것처럼 이어 보게 된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하루종일 ‘빨간색 알림’을 울려대면서 우리 뇌의 보상기제를 장악했다. 그 빨간색 알림은 원시인이 발견한 딸기처럼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고, 우리가 계속 알림에 신경 쓰게 만든다. 기존의 외향형 인간들도 열심히 사람을 만나러 다니기보다는, 인터넷 속의 관계에 더 치중하게 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모두가 집돌이이자 집순이인 시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여전히 여행이나 근사한 카페 등에 대한 수요는 넘쳐나지만 이 또한 얼마나 근사한 사진을 남겨서 스마트폰 세계로 옮길 것인가의 문제가 되었다. 여행지에 가더라도 실제로 여행을 활동적으로 즐기는 사람보다는, ‘인생샷’을 남기기 위해 열심히 사진을 찍고는 카페에 앉아 수백장의 사진 중에 한 장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정신 자체가 스마트폰을 향해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큰 공감을 얻은 ‘내향형 인간’의 밈이 하나 있다. 한 인스타툰에 나오는 내용인데, 약속 나갈 준비를 하다가 약속이 취소되면 즐거워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다.
친구와의 약속은 나름대로 즐거움을 줄 수 있겠지만, 준비하고 약속 장소까지 가기가 번거롭다. 그러나 스마트폰은 바로 내 손 안에 있는 그보다 더 큰 즐길거리이다. 약속이 취소되자 마자 옷을 벗어 던지고 집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면, 뇌는 더 즉각적인 만족을 얻는다. 우리 시대 전체가 그런 뇌의 보상기제에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시대에도 그 나름의 즐거움, 연결, 편안함이 있다. 스마트폰 밖의 세계가 스마트폰 안의 세계보다 꼭 우월한 것이라 단정할 수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시대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느 한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는, 그에 대한 주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가 진짜 원하는 삶이고 나 자신인지, 아니면 온갖 미디어나 기업이 만들어낸 거대한 시스템에 의해 조작당하는 삶인지 스스로 판단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스마트폰이나 알고리즘에 지배당하고 있는 현대인이다. 그래서인지 묘하게도 그런 것들로부터 벗어나 있을 때, 때론 무척 깊은 안정감과 구원받는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스마트폰을 잠시 접어두고 아이랑 몇 시간이나 뛰어 놀 때, 늦은 밤 가만히 책장을 넘길 때, 좋아하는 사람과 눈빛과 육성을 교환하며 한참 마주 앉아 있을 때 같은 순간들이다. 우리 시대 좋은 삶의 관건은 그런 순간들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 달려있을지도 모른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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