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이 죽으라고 등 떠민다" 공군 성추행 피해자 메모장엔

장구슬 2022. 8. 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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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는 4일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피해 부사관의 심경이 담긴 메모를 공개했다. 사진 군인권센터

최근 드러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15비)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가 다른 상급자에게서도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 부설 군 성폭력상담소는 15비 소속 A 원사가 지난해 상반기 피해 부사관 B 하사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4일 주장했다.

A 원사가 B 하사에게 40대인 자신의 동기와 사귀라며 ‘너는 영계라서 괜찮다’고 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A 원사가 다른 여군들에게도 평소 부적절한 행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A 원사는 B 하사가 성추행 피해 신고를 한 사실을 가해자에게 알려줬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B 하사가 올해 4월 같은 반 근무자인 C 준위(44)로부터 지속해서 성추행·성희롱당한 사실을 성고충상담관에게 신고했는데, A 원사가 이 사실을 C 준위에게 알려줘 C 준위가 B 하사를 회유·협박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주장했다.

B 하사는 이에 A 원사가 2차 피해를 줬다며 공군 수사단 제1광역수사대에 신고했고, 이후 A 원사는 불기소 의견으로 군검찰에 송치됐다.

군 성폭력상담소는 B 하사가 성추행 사건 수사를 담당한 군검찰로부터도 조롱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C 준위의 강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격리 숙소에 갔다가 주거침입 혐의 등으로 송치된 B 하사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로 호소할 거면 변호사를 써서 정리된 내용으로 답변해라. 진심으로 조언해주는 것이다”라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해당 검사는 B 하사의 성추행 사건을 맡은 검사이기도 하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B 하사의 심경을 담은 메모도 공개했다. B 하사가 쓴 메모장에는 지난 6월30일 군 검찰 피의자 신문을 마친 뒤 담당 군 검사의 부적절한 발언과 태도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B 하사는 성추행 피해자인 자신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군이 나에게 죽으라고 등을 떠민다. 제대로 된 보호도 해주지 않으면서 모든 걸 온전히 나에게 버티라고 내버려 둔다”며 억울한 심경을 드러냈다.

B 하사는 또 “검사가 금전적인 문제로 변호사를 안 쓰는 게 지금 상황에선 좋지 않다고 비아냥대는 게 너무 화났다. 모든 조사를 울면서 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냥 죽고 싶다. 더러운 상황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답답함이 날 옥죄여 온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김숙경 군 성폭력상담소 소장이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여군 하사 성폭력 사건 관련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앞서 군인권센터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15비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1월 시작된 성폭력은 B 하사가 4월 피해 신고를 할 때까지 이어졌다.

C 준위는 안마를 해준다는 핑계로 B 하사의 어깨와 발을 만지거나 B 하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윗옷을 들쳐 부항을 놓는 등 성추행을 저질렀다.

지난 4월에는 코로나19에 확진된 남자 하사와 입을 맞추고 혀에 손가락을 갖다 대라고 지시했으며, B 하사가 거부하자 자신의 손등에 남자 하사의 침을 묻힌 뒤 피해자에게 이를 핥으라고 강요했다.

B 하사는 C 준위의 강압에 못 이겨 남자 하자가 마시던 음료수를 마셨고 3일 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B 하사는 이 과정에서 군 수사기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중이던 남자 하사가 B 하사와 C 준위를 성폭력 및 주거침입 혐의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15비는 선임에게서 성추행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중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했던 곳이다.

군 내 불상사가 연달아 터지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공군 병영혁신자문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하기로 했다.

임 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 이후 대체 우리 군의 무엇이 달라졌는지, 1년 동안 저는 위원회에서 무엇을 했던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함께 책임지는 마음으로 자문위원직을 사퇴한다”고 썼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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