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면 앞둔 20%지지율 尹의 고심.."숫자보단 원칙따라 갈 것"
왕조의 흔적이기도 한 특별사면권은 대통령만이 가지는 권한이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은 국민여론과 지지율 등 제반 여건을 두루 고려해 사면권을 선택적이고 제한적으로 행사해왔다. 취임 후 첫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도 같은 고민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20%대까지 떨어진 지지율은 고민의 깊이를 더 한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사면에서도 당장의 지지율보다 원칙을 쫓는 것이 대통령의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이명박 전 대통령(MB)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주요 사면 대상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주요 인물의 경우 워낙 의견 제시가 많아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대통령실이 생각하는 사면 결정의 데드라인은 일단 9일이다. 이날 법무부의 사면심사위원회가(사면위) 열릴 가능성이 크다. 광복절 특사 발표를 위해선 12일 임시국무회의가 개최돼야 한다. 늦어도 그 전날까진 사면안이 심사위에서 확정돼야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결정할 땐 박범계 당시 법무부 장관은 사면위 종료 직전 박 전 대통령 안건을 들고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심사위 전날까지 대통령에게 계속 사면 보고가 들어갈 예정”이라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이번 사면의 방점이 경제살리기와 대통합에 찍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광복절 사면은 대통합 사면이 될 것이라 예측 가능하다”며 “국민 통합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필요하다”고 밝혀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수사하고 구속했던 이들을 사면하는 것이 대통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사면에 공개적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내부적으론 이런 제안에 공감한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도 지난 6월과 7월 도어스테핑에서 “이십몇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6.9)”“국정에는 국민의 정서가 고려돼야 하지만 너무 정서만 보면 현재에 치중하는 판단이 될 수가 있다(7.22)”며 사실상 MB의 사면을 예고했다. 여기에 어려운 경제 상황이 맞물리며 이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복권도 상수처럼 여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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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20%대 급전직하한 지지율
문제는 지지율이다. 6월 MB의 사면을 언급할 당시 갤럽조사를 기준으로 50%대를 기록했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28%까지 떨어졌다. 최근 당내 갈등과 학제개편 논란 등 악제가 겹겹이 쌓이며 반전의 모멘텀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반대 여론이 높은 MB와 전통적 지지층이 거세게 반발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사면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 전 지사가 이달 가석방 대상에서 제외돼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단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소 형기의 80%는 채워야 가석방 대상에 오를 수 있다”며 “가석방과 특사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취임 후 첫 특별사면에 자신이 과거 탄원서까지 써줬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하지 않았다. 여론을 고려한 조치였다.
이에 정치권에선 취임 후 첫 사면(취임 100일)에선 생계형 사범에 집중한 뒤 두번째 사면(광복절 특사)에서 재벌 기업인들을 대거 풀어줬던 ‘MB모델’을 조심스레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년 특사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 출신인 한 여당 의원은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보면 당장의 지지율에 자신이 내린 결정을 바꾸는 스타일이 아니다”며 “당장의 숫자보다는 자신의 고려하는 원칙에 따라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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