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격 나선 이준석.."'前정권 장관' 해서는 안 될 발언"

비대위 전환 가속도에 '익명 성명서' 문제 지적
법적대응까지 시사하며 국민의힘 내홍 확전 양상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사진 제공=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권현지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저격하고 나섰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속도가 빨라지며 이 대표의 복귀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고 있어, 국민의힘발 내홍이 한층 확전되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4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라는 지난달 5일 윤 대통령 발언을 놓고 "이 발언은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이 발언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상에 잡혔지만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이 발언에 대해 언론인들에게 해명하거나 보충하는 모습보다는 발언 직후 만면에 미소를 띠고 대통령을 따라가는 모습"이라며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지적할 용기도, 뭔 일이 난 상황에서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지적은 이 대표가 공유한 조선일보 칼럼에서 비롯됐다. 이 글에는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일이 윤 대통령을 분노하게 했다는 증언이 담겼다. 칼럼에는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박 대변인 뒤에 이 대표가 있을 것이라 짐작했고, 비판 언급 이틀 뒤인 지난달 7일 당 윤리위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추측이 더해졌다. 박 대변인은 이 대표가 추진한 '나는 국대다' 2기 출신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눈을 의심하게 하는 증언"이라며 "박 대변인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이 상황이 발생했다면 상당한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당분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이나 당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계속 낼 것으로 보인다.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 날짜가 각각 오는 5일, 9일로 정해지면서 당이 비대위 체제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이에 이 대표는 초선의원들의 '익명 성명서'를 지적하며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그는 전날 "초선의원이 63명이라고 32명을 채워서 과반인 것처럼 하기 위해 익명까지 동원하고 이름은 공개 안 되는 이런 수준 낮은 행동"이라며 "정리해서 앞으로 모든 내용은 기록으로 남겨 공개하겠다. 곧 필요할듯해서"라고 언급했다.

당은 비대위원장 인선을 놓고 고심에 빠졌다. 전당대회 전까지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인 만큼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중진의원이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비상상황인 당을 바꿔줄 외부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다. 다만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는 배제해야 한다는 게 다수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한 초선의원은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친윤 색채가 너무 뚜렷한 사람보다는 원내에서 안정감 있는 관리형 인사가 해야 한다는 게 초선 의원들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한 중진의원도 "일부 의원들이 만약 윤핵관 범위에 들어가는 사람이 온다면 비대위를 하나마나라고 말한다"고 얘기했다.

비대위와 관련해 당원권 정지가 풀린 뒤 이 대표가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역시 추진되고 있다. 하태경·조해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비대위 체제를 당 대표 사고 상태 소멸될 때까지로 할 것을 전국위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직무대행 체제에서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이 대표가 당 대표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