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연극 보면서 펠로시 왜 안만나"..되레 야당이 尹 옹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여름휴가를 이유로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정치권에서 논란을 낳았다. 4일 여권 일부에선 비판이 나왔고, 그동안 대중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야당에서 오히려 이를 감싸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여권 내부에서의 비판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펠로시 의장과 전화통화를 하기로 했다.
비판은 여권에서 제기됐다. 지난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동맹국 미국의 의회 1인자가 방한했는데 대통령이 만나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윤 대통령은 펠로시 의장을 만나야 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미국의 상·하원 의원,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방한해도 역대 우리 대통령들은 대부분 이들을 만났다. 격을 따지지 않고 만난 것은 그만큼 한·미동맹이 중요했고 이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그런 중요한 인물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서울에 있는 대통령이 만나지도 않는다? 휴가 중이라는 건 이유가 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유 전 의원은 또 “(윤 대통령이) 대학로 연극을 보고 뒤풀이까지 하면서 미 의회의 대표를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라고도 적었다. 전날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종로구 대학로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고 뒤풀이까지 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직후라 (윤 대통령이) 외교적 부담을 느낄 수도 있지만 대만 방문과 한국 방문은 별개의 문제”라며 “펠로시 의장과 대한민국 정부의 주된 (회동의) 의제는 대만 문제가 전혀 아닌 북한과 핵 문제 한·미동맹 등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도 국익을 위해 면담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도 전날 YTN 방송에 출연해 “휴가 기간에 (펠로시 의장이) 왔더라도 다 만나는 게 일반적인 외교의 관례라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에선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발언이 나왔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가능하면 만나는 게 좋겠지만 지금 (펠로시 의장이) 중국과 상당한 마찰을 빚었다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어서 윤 대통령이 꼭 만나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며 “미·중 갈등에 너무 깊이 빠져들지 않는 측면의 고려였다면 비판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우 위원장은 “심각한 정쟁거리로 삼을 필요는 없다. 만나면 좋지만 안 만났다고 해서 한·미동맹에 균열이 오는 것처럼 접근할 필요는 없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 굳이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의원도 페이스북에 “펠로시를 만나는 것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섶을 지고 불길에 뛰어드는 격”이라며 “윤 대통령을 칭찬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다만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회동에 대한 입장을 여러차례 번복한 점은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어제 하루 동안 ‘(윤 대통령이) 휴가 중이라 (펠로시 의장을) 안 만난다’고 했다가 ‘조율 중’이라고 했다가 최종적으로 ‘만남은 없다’고 연이어 입장을 번복했다”며 “외교관계에 있을 수 없는 아마추어의 창피한 국정운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 부부가 대학로 연극을 본 점은 강하게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나라 꼴이 이 지경인데 대통령은 휴가를 만끽하며 한가롭게 연극을 관람하고 술자리를 즐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응천 의원도 MBC라디오에서 “국정 기조에 변화를 줘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연극이나 보러 다니는 등 별로 급한 마음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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