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채소·銀과일' 8~9월도 계속 오른다..취약층 생계비 부담 가중
[아시아경제 세종=김혜원 기자, 세종=권해영 기자] 외식을 제외한 먹거리 품목 10개 중 9개의 물가가 1년 전보다 평균 10% 이상 뛴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 그나마 횟수를 최소화해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제외한 먹거리는 마냥 소비를 줄이기 힘든 품목이라 서민 부담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고물가로 서민들이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할 정도로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는 셈이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공식 집계하는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등 먹거리 품목은 총 151개(외식 제외)로 이 중 87.4%(132개)의 7월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상승했다.
먹거리 품목 151개의 평균 물가 상승률은 12.0%에 달했다. 폭염·장마철에 따른 작황 이상으로 채소는 25.9% 뛰었고, 과실(7.4%), 축산물(6.5%), 수산물(3.5%), 가공식품(8.2%)도 일제히 올랐다. 수요 대비 생산량이 많아 가격이 폭락한 쌀을 중심으로 곡물 가격만 11.9% 내렸다.
채소는 그야말로 '금(金)값'이 됐다. 오이와 호박은 각각 73.0% 뛰었고 배추(72.7%), 시금치(70.6%), 열무(63.5%), 상추(63.1) 모두 값이 치솟았다. 체리(56.9%), 오렌지(29.3%), 귤(21.2%), 블루베리(21.0%), 아보카도(19.1%) 등 과일값도 급등했다. 외식 물가 급등세는 더하다. 7월 외식 물가는 39개 품목이 전부 상승, 총 8.4%가 뛰어 1992년 10월(8.8%) 이후 29년9개월 만에 오름폭이 가장 컸다.
먹거리 물가 고공비행…서민·취약층 생계비 고통도 커져
농축산물 등 먹거리 물가 중심으로 생계비가 급등하면서 서민과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고통은 점점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 곡물 가격 급등의 외부 변수에 더해 봄철 극심한 가뭄, 여름 장마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한꺼번에 닥쳐 작황 부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밥상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가구는 올해 1분기 기준 월 평균 가처분 소득(84만7039원)의 42.2%인 35만7754원을 식료품 구입과 외식비로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비로 하루에 약 1만2000원, 한끼에 4000원을 쓰는 셈이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8.5% 올라,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6.3%)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배추·상추·시금치·파 등 채소류 물가가 25.9% 폭등하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농산물 가격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긴급 비축과 조기 방출 카드를 꺼내고 수입 물량을 확대해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관측 8월호’를 통해 이달에도 배추·무·감자·양파 등 주요 농산물의 도매 가격이 두세 자릿 수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고온과 잦은 비로 출하량이 일제히 줄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해서다. 배추를 예로 들면 8월 도매 가격은 10㎏에 2만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배추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7%, 평년에 비해 9.5% 각각 감소해 도매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배추 가격은 7월 상순만 해도 ㎏당 9000원대였다. 수출김치용 배추는 품귀다. 김치 업체가 도매시장 등을 통해 배추를 확보하면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연구원은 추석이 있는 9월에도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먹거리 물가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노지 밭작물 중 양파와 감자 등은 생산 감소 영향으로 당분간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비축 물량을 시장에 조기 방출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사료비 직격탄을 맞은 축산물의 경우 국내 공급 확대와 수입산 할당관세 적용으로 정책 대응에 나섰으나 현장의 가격 인하 체감도는 낮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 유통상이 할당관세 적용 물량을 시장에 즉각 풀지 않고 창고에 쌓아두는 경우가 많아질수록 가격 인하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축산물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6.5% 오른 가운데 수입 쇠고기는 24.7% 올랐다. 닭고기와 돼지고기도 각각 19%, 9.9%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중심으로 고물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세종=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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