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펠로시 패싱?.. 中누리꾼 "기개 있다, 대만보다 똑똑"

구자창 2022. 8. 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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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한 뒤 출연진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연극 공연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으며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며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을 청취하고 배우들을 격려했다. 대통령실 제공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별도 일정이 없다고 대통령실이 밝힌 가운데 중국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서 “한국은 대만보다 똑똑하다” “한국 대통령은 기개가 있다”며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를 본 다수의 국내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모욕적이다” “중국 누리꾼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며 분노 섞인 반응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계산된 외교 행보”라며 옹호하는 반응도 있었다.

여야를 막론하고 “휴가 중이라도 면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이미 나토 정상회의 가서 미국 편을 들었는데 중국이 온건한 메시지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평가도 이어졌다.

中서 “기개 있다” 칭찬… 국내 누리꾼 “모욕적”
4일 국내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는 ‘윤 대통령이 중국 누리꾼한테 칭찬을 받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중국 누리꾼의 반응을 번역기로 직역한 것으로 보이는 캡처 사진이 다수 올라왔다.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 일정 중 만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중국 누리꾼들이 온라인 상에 남긴 칭찬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중국 누리꾼들은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한 뒤 “한국은 대만보다 똑똑하다” “남한의 대통령은 총명하고 기개가 있다” “한국은 미국의 장기말이 될 이유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를 본 국내 누리꾼들 상당수는 “모욕적”이라며 불쾌감을 표시했다. 누리꾼들은 “중국 누리꾼에게 칭찬을 듣다니. 이렇게까지 굴욕을 당하면서 휴가를 가야 하느냐. 외교 결례인 것 같다” “중국 누리꾼들 때문에 더 화가 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못한 걸 바로 해냈다. 중국인의 마음을 얻었다” “나토 순방하더니 반중이라고?” 등의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다만 일부 누리꾼은 “이번에 친중한 건 잘한 것이다” “계산된 외교 활동이라면 칭찬해야 한다”며 펠로시 의장과 면담 일정을 잡지 않은 윤 대통령 판단을 두둔했다.

中에 ‘온건 메시지’ 해석에 “이미 나토 순방” 지적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3일 밤 펠로시 의장 일행 숙소로 사용되는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이 철수하고 있다. 이날 펠로시 의장 일행은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던 정문이 아닌 다른 쪽 통로를 통해 호텔로 들어갔다. 연합뉴스

여야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선대위 정세분석실장과 현근택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3일 밤 YTN과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이번 결정을 입을 모아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미국의 중요한 정책 결정 라인에 있는 분이고 또 권력서열 3위고 지금의 동북아나 한반도 정세에서 미국의 권력서열 3위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대통령이 면담하는 것 정도는 제가 볼 때 충분히 휴가기간임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윤 대통령이 앞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기류에 이미 편승한 점을 지적하며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정치인 중의 하나인 펠로시 의장이 왔는데 안 만난다는 건, 그렇다고 펠로시 의장 안 만났으니까 중국에 좋은 온건한 메시지를 주는 거라고 생각할 일은 없다”고 했다.

현 전 대변인은 “이번에 아시아 5개국을 방문한다. 이미 싱가포르, 타이완 방문했는데 다 국가수반을 만났다. 총통이라든지 총리라든지 대통령을 만났다. 우리나라 온 다음에 일본을 가는데 일본 총리도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다”며 “우리나라만 국회의장만 만난다, 그러면 누가 보더라도 어찌 보면 기본적인 외교문제가 안 굴러가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굉장히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휴가 중에 못 만난다 이건 너무 한가한 소리”라며 “국제정세가 이렇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휴가 하루 시간 빼면 안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펠로시 의장과 만나지 않는 건 휴가 중이라는 표면적 이유 외에 앞선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고조된 상황이 고려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권력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3일 오후 경기 오산 미 공군기지에 도착해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 대사, 폴 라카메라 주한미군사령관의 영접을 받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트위터 캡처


펠로시 의장과 미 하원 대표단은 3일 밤 9시26분쯤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당시 공항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측 관계자들이 영접에 나섰고, 우리 측 인사는 따로 나오지 않았다.

이날 윤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하며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 배우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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