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아산병원 간호사가 의문사냐..진상조사 운운이라니"

장구슬 2022. 8. 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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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중앙포토

서울대 병원 교수에 이어 단국대 의대 교수도 근무 중 뇌출혈로 숨진 서울아산병원 간호사의 죽음과 관련,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외면한 채 병원 탓으로만 돌리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민 “지주막하출혈 사망 진상조사 운운이라니…간호협회, 의사 적으로 돌려”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은 의문사가 아니다”라며 “(간호사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지주막하출혈(급성 뇌출혈)은 원래 예후가 안 좋은 사건으로 치료도 어렵고 치료한다 해서 살아난단 보장도 없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그런데 골든타임을 놓쳤느니 의료체계에 구멍이 뚫렸느니 하는 황당한 말들이 나오고 대한간호협회는 의사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

서민 교수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 서민 교수 페이스북 캡처

서 교수는 간호협회가 ‘서울아산병원은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응급실에서 발생한 일과 당직자의 대처, 응급실 이동 후 서울대병원 전원까지 걸린 시간 등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는 것을 언급하며 “간호협회 말만 들으면 의사들이 일부러 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산병원 측이) 같은 병원 간호사여서 다른 환자보다 더 신경 썼을 텐데 어떻게 저런 말을 하냐”며 “지주막하출혈로 사망한 사건에 진상조사 운운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또 “심지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한다는 얘기까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이러니 대한민국에서 생명에 직결되는 바이탈 과를 안 하려 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방재승 “뇌혈관외과 의사 수 절대적으로 부족, 사건 본질 봐 달라”

앞서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뇌신경외과 교수도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 보도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장문의 글을 남기고 아산병원 측의 대처에 대해 이해를 구했다.

방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대형병원, 그 큰 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단 2명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셨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 중이셨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뇌혈관외과 교수가 아니라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으나 결국은 출혈부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는,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환자를 살려보려고 서울 쪽 병원을 수소문, 서울대병원으로 보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 교수는 뇌혈관수술의 위험도,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 쉬지도 못하고 기계처럼 일하는 까닭에 뇌혈관외과의를 지원하는 의사가 없다고 호소했다.

그는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 외과 교수 달랑 2명이서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을 서고 있는데, 과연 국민 중 몇 프로가 50살을 넘어서까지 인생을 바쳐서 과로하면서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뇌혈관 수술의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수가(진료비)로 인해 지원자도 급감해 없는 한국 현실에서 뇌혈관외과 의사를 전임의까지 양성해 놓으면 대부분이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코일 색전술, 스텐트 등 뇌혈관내시술(신경중재시술)을 하는 의사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며 “큰 대학병원에는 뇌혈관외과 교수가 그나마 2~3명이라도 있지,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에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 40대 이상 실력 있는 뇌혈관 외과 의사는 거의 고갈된 상태”라면서 “신경외과 전공의들도 전공의 4년을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하며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돼 한일합방시대 독립운동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뇌혈관외과의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을 양성할 수 있는 ‘중증 의료 지원 제도’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방재승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지난 3일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 보도한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남긴 댓글. 사진 유튜브 캡처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아산병원에 근무하던 30대 간호사 A씨는 근무 중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다 쓰러져 응급실로 이송됐다. 병원은 뇌출혈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이 병원 내부에는 수술을 담당할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었고, A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이에 간호협회, 보건의료노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은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의료인력 충원 대책을 요구했다.

의료기관 관리감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4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현장점검에 나설 예정이다.

장구슬 기자 jang.gu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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