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신 동해안 간다'..항공편·렌터카 가격 상승에 발길 줄어든 제주
1주일 기준 SUV 차량 렌트 가격 100만원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도 내 물가 상승률 높아
[아시아경제 김군찬 인턴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가족과 함께 당초 제주 여행을 계획했지만, 일정을 바꿨다. 항공권, 렌터카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A 씨는 "4인 가족 왕복 비행기 값만 해도 100만원 가까이 된다"며 "렌터카 빌리고 숙박까지 예약하면 부담이 커 자차로 갈 수 있는 동해안으로 갈까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여름휴가를 떠나는 '7말8초' 휴가철에 제주여행을 계획했다가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성수기에 물가상승까지 겹쳐 항공편, 렌터카 가격 등 여행 관련 지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국토교통부가 한국교통연구원과 실시한 '하계 휴가철 통행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여름휴가를 간다고 응답한 비율은 64.5%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7%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월30일에서 8월5일 사이에 휴가를 떠난다는 응답이 17.9%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이번 휴가철에 제주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에게서 외면받는 신세다. 올해 여름휴가지로 제주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국내 여름휴가지로 선택받은 지역 1위는 24.7%를 기록한 동해안권이다. 12.2%를 기록한 제주는 3위였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7.8%p 줄어든 수치다.
실제 여름휴가를 떠나는 '7말8초' 휴가철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 이후 맞는 첫 번째 여름 휴가철임에도 관광객이 폭증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제주도관광협회가 집계하는 '관광객내도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4만8347명으로 전년 같은 날 대비 13.4%p 증가했다. 다음날인 31일은 오히려 ?0.4%p 감소했다. 7월 한 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관광객 증가율은 10.8%p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 수가 많이 증가하지 않는 이유는 최근 고물가로 항공편 가격 등 제주 여행에 드는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항공권의 경우 평소보다 4~5배가량 올랐다. 기존에는 할인 항공권을 선택해 김포~제주 노선을 예약하면 왕복 4~5만원에 제주를 오갈 수 있었다. 현재는 주말 기준 편도 12만원 정도로 가격이 형성되며, 평일 가격도 편도 10만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4인 가족이 제주로 여행을 다녀오는 데 드는 비용만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렌터카 가격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17일 렌터카 가격 비교 앱 카모아에 따르면 국내 7~8월 렌터카 예약률은 전년 동기 대비 68% 상승했다. 이 중 가장 예약이 많은 지역은 제주였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1주일 기준 SUV 차량을 빌리는 평균 가격은 100만원이 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에 비해 제주도 내 물가 상승률이 높다는 것도 관광객 수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도 내 물가 상승 폭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큰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의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년간 전국 소비자물가는 6.3% 올랐는데, 제주는 7.4%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외식가격도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제주는 외식가격이 포함되는 개인서비스 부문에서 전년 동월 대비 7.6% 상승해 지자체 중 1위였다.
고물가로 인한 여행 관련 지출 증가와 더불어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 재유행도 변수다.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11만9922명 늘어 누적 2005만2305명이 됐다고 밝혔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재유행의 정점이 이번 주나 다음 주 사이에 지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금주와 차주 사이 유행 정점이 지나가리라 예측하고 있다"며 "유행 규모는 당초 예상보다 절반 아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군찬 인턴기자 kgc60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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