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시작한 국내 바이오.. "구닥다리 경영 그만"

한성주 2022. 8. 4.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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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에 국내외 바이오 산업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사진=한성주 기자 

국내 바이오 산업계가 국제 무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장 생태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경영 행태에 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권 세습, 지분 중심 의사결정 등의 기업경영 관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요청이다.

3일 한국바이오협회가 개최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코리아 2022(이하 BIX)에 참석한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만 하지 말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이미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됐다.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규제기관뿐 아니라 성장지원기관의 역할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소규모 바이오 기업들의 생산이 활성화하려면 산업통상자원부의 도움도 필요하다. 신약 및 신기술 특허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특허 프로토콜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도 중요하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경영문화 전환이다. 황 대표는 “인수합병(M&A)과 관련해 우리나라가 상당히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위 말해 ‘아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싶어하는’ 경영자들이 지분의 소실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기업의 상속보다는 M&A를 유도하는 제도적 혜택이나 장치가 필요하다”며 “회사가 지분 비율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이사회 중심으로 돌아가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M&A의 활성화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인 수단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계는 우수한 기초과학역량을 확보했고, 바이오와 제약의 섹터가 융합되면서 국산화를 넘어서 글로벌 무대로 진출해 시장을 선도하려는 도전이 시작된 단계”라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바이오 업계는 다른 산업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과학계와 산업계 및 자본시장의 연결고리가 공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10년을 내다본다면,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M&A”라며 “지금 국내에는 작은 바이오 기업이 너무나도 많이 설립되어 있고, 각각의 회사가 가진 개별 역량만 보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 하이테크를 표방하는 회사가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준다면, 말 그대로 하이테크와 정반대인 구닥다리식 경영이 되는 것”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어 “지분율 중심 경영권 개념도 ‘개선’ 수준이 아니라, 강력하게 ‘혁파’를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이오 기업의 핵심 키워드는 경영이 아닌, 기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조언이다.

국내 바이오 산업계에 퀀텀 점프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은 앞서 1990년대부터 정부 주도로 압축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이어왔다. 지난 1994년 한국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산업 육성에 착수해, 정부 투자로 연평균 17% 내외 성장률을 보였다. 기술수출 성과도 발생해, 지난해 기준 약 13조2000억원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현 상태에 안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 견해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연구원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바이오 시장이 연평균 7%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1조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관측된다”며 “글로벌 100대 제약바이오 기업 중 우리나라 기업은 유한양행 92위, 녹십자 95위 두 기업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중견의 탄탄한 기업으로 꼽혀도, 세계적으로는 작은 기업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서 2020년 국내 바이오 산업계는 생산수준 기준 17조4000억원 규모인데, 이는 세계시장의 2.9% 비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참고로 우리나라의 주요 먹거리로 꼽히는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200조원, 반도체 산업은 150조원이었다”며 “바이오 산업계가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생산기준 5~10배 성장하는 퀀텀 점프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청취해 민간 주도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등 기업들의 대표적인 요구사항을 신속히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에 대한 해외투자가 2016년 3억불에서 작년 10억불을 상회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도 역량을 주목받고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과거와 달리 민간 주도로 기업의 활력을 회복시키고, 민간 주도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다”며 “규제완화를 전폭적으로 추진하고, 각종 세제지원과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 및 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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