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피곤해.."ESG 경영이 뭐길래" [임채현의 再테크]
비재무적 요인은 정량화시키기 어렵다는 문제
무분별한 강요로 기업 성장 저해 않도록 정부·사회 협조해야
요즘 잘나간다 하는 기업들이 심심찮게 내놓는 공통적인 문장이 있다. 'ESG에 앞장선다' 'ESG 경영의 일환으로'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등이다. 기업의 재무적 요소 외에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는 용어 등장은 2004년이 처음이지만 글로벌 경영 화두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채 2년이 되지 않는다.
ESG는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에 영향을 주는 사회적·윤리적 가치를 반영해 기업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 중이며 국내에서도 2030년부터 전 코스피 상장사의 ESG 보고서 공시가 의무화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업들은 속된 말로 '착한 기업'이나 '나쁜 기업'이냐의 기준을 ESG로 해석하고 너도나도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ESG 경영이 향후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과거에는 재무적인 부분에만 집중했지만, 사회가 점차 투명화되고 성숙되면서 소비자들이 '기업이 가진 역할이나 이미지'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 영향은 기업과 사회 모두에 절대적이다.
현재 글로벌 ESG 공시 기준도 이에 맞춰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개설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이하 ISSB)'는 지난 3월 통일된 ESG 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전 세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올 연말 최종 기준을 공표한다. 아직 강제성은 없지만 그럼에도 기업은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평가 수치화 과정이 정량적이지 않다는 데에 있다. 특정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적으로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외부에 끼쳤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이러한 비재무적 수치를 '가정'을 통해 수치화했을 때 자칫 정확하지 못한 공시정보로 인해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기업은 법적 리스크까지 떠안아야한다.
ESG가 이러한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는 탓에 몇몇 기업은 사실상 용어만 갖다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ESG 전담 조직을 만들어 인력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지만, 기존 사업을 E·S·G 각각의 틀에 맞춰 재포장하는 '면피용'에 그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환경 활동·기부 등의 행보를 통해 상대적으로 보여주기 쉬운 E(친환경), S(사회) 등에 집중하는 것도 그 예다.
각 기업의 ESG 보고서·지속가능경영보고서들을 살펴봤을 때 G(지배구조)에 구체적인 목표를 명시하거나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럴 만한 사정은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권을 약화시키는 경우도 있고,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봐야 하기에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영역부터 발을 떼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한다.
아무리 ESG가 필수적 요소라도 기업의 근본적 성장 동력을 포기하면서까지 매달릴 수는 없다. 대개 많은 국가들의 민주주의 제도·혁명이 산업화 시대를 거친 후 도입된 것과 비슷한 이치다. 당장 눈앞에 먹을 게 없는데 민주주의가 무슨 소용인가.
업계는 '속도 조절'을 외치고 있다. 요즘처럼 글로벌 발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힘든 시점마저 ESG만을 외친다면 기업 성장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자칫 ESG에 투입되는 기업의 시간과 자본이 거꾸로 헛수고가 될 수 있다. 기업의 본질은 '이윤'이다. 이윤이 없다면 사회적 가치는 존재할 수 없다.
ESG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적어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이를 도입하고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와 사회가 손을 떼고 시간을 줘야 한다. 정부가 할 일은 향후 이러한 ESG 경영 기준을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되 가능하다면 협력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는 성장과 사회적 가치를 놓고 무엇이 먼저인지 그 순서를 재고(再考)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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