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농사직썰㊸] 토종닭・오리 종자 주권 확보..이것이 '가금연구소'의 힘

배군득 2022. 8. 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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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지역 평창에서 가금 종자 개발
토종닭 복원 사업으로 시장점유율 향상
가금생산시스템 등 첨단 기술 주목
가금연구소는 우리나라 유일의 가금 연구기관이다. 이곳에서 사육하는 토종닭은 다양한 연구로 최고의 품질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배군득 기자

#. 농사직설은 조선 세종 때 문신인 정초, 변효문 등이 편찬한 농서다. 1429년에 관찬으로 간행해 이듬해 각 도 감사와 주, 부, 군, 현 및 경중 2품 이상에서 나눠줬다. ‘新농사직썰’은 현대판 농업기법인 ‘디지털 농업’을 기반으로 한 데일리안 연중 기획이다. 새로운 농업기법을 쉽게 소개하는 코너다. 디지털 시스템과 함께 발전하는 농업의 생생한 현장을 독자들에게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편집자 주>

“우리나라 닭 소비는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엄청나지.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토종닭은 자취를 감추고 있어. 최근에 식량안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거야. 식량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종자 확보가 중요해. 토종닭 역시 종자를 복원해 소비를 늘리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어. 강원도 평창에 있는 가금연구소는 이런 토종닭과 토종오리 복원으로 식량 주권을 회복하는데 힘쓰고 있는 곳이야.”

◆가금연구소, 토종닭의 자존심을 지키다

지난 2016년 신설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연구소는 강원도 평창 청정지역에서 토종닭・오리를 연구하는 국내 유일한 가금연구 전문기관이다. 가금연구기관 답게 철저한 방역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가금연구소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크게 두 가지다. 가금종자개발과 가금생산시스템이다. 가금종자개발의 경우 가금 종자 유전능력 향상 및 개량, 가금 유전특성 및 번식생리 연구, 토종닭 순계 능력 향상 및 산업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가금생산시스템은 생산성 향상, 경영기술 개선, 가금 복지 증진 사양기술 개발, 자연 순환형 친환경 양계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가금연구소 탄생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및 6・25 전후 복구과정에서 소실된 토종닭 수집과 특성조사를 시작한 시기다. 당시 24명의 전문인력이 참여하고 9억2000만원이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됐다. 토종닭 복원 사업을 알리는 계기인 셈이다.


이후 1997년까지 수집된 순계 6계통 3277수를 농진청에서 인수했다. 농진청은 2004년 품종 복원된 종자를 유엔(UN)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등록해 종자 주권을 확보에 나섰다. 종자복원 경위, 깃털색 등 종자로서의 특징을 설명회 종자 주권 근거를 확보했다.


이같은 노력 끝에 2007년 두 배에 달하는 12계통(1만5000수) 순계군 조성을 완료하게 된다. 특성조사를 시작한지 15년 만에 괄목할 결실을 맺은 것이다.


12계통 중 재래종(육질형) 5계통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5년간에 걸쳐 품종 복원이 이뤄졌다. 재래종(오골계) 1계통은 1992년 민간에서 수집 후 혈통으로 고정시켰다. 토착종(겸용형) 2계통은 1967년 미국에서 도입해 토착화에 성공했다. 또 토착종(다산형)은 1976년과 1983년 화란과 미국에서 도입했고, 토착종(산육형) 2계통 역시 1995년 미국에서 가져와 토착화한 계통이다.


추효준 가금연구소 농업연구사는 “씨앗은 그 자체가 하나의 우주라는 우장춘 박사의 말처럼 토종 가금은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막대한 가치를 지나고 있다”며 “가금연구소는 안전한 가금산물 공급뿐 아니라 종자 강국으로 도약과 외국으로 나가는 로열티 절감을 위해 한국 고유 종자를 복원해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금연구소 계사는 첨단 시스템과 쾌적한 환경으로 청정 구역을 자랑한다. 방역 절차도 까다로워 조류인플루엔자 등질병 노출 대응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배군득 기자

◆우리 종자로 키운 ‘우리맛닭・우리맛오리’

가금연구소의 대표적 사업은 우리 종자를 활용해 연구・개발한 ‘우리맛닭’이다. 우리맛닭은 토종닭 소비를 촉진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맛닭을 사용하면 종자 근원이 확실하고 DNA 판별이 가능하다.


추 연구사는 “시중에는 유사토종닭이 많다. 우리맛닭은 종자가 확실하고 깃털, 피부색, 정강이색 등 외모가 확연히 다르다”며 “생후 50일부터 120일 사이 삼계탕용, 백숙용, 훈제용 등 용도별로 출하된다. 닭고기는 이 때가 가장 맛있다”고 소개했다.


가금연구소가 우리맛닭 연구・개발에 착수한 것은 1980년대 이후 토종닭 맛을 찾는 소비자가 생기자 가짜 토종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순종 3~4종을 교배해 최고의 맛을 내도록 만든 것이 바로 우리맛닭이다.


우리맛닭의 가장 큰 장점은 종자개량과 관리를 국가에서 한다는 것이다. 믿고 먹을 수 있는 ‘바른 먹거리’인 셈이다. 현재 일반닭(육계・산란계)은 순종(순계)이 없어 종계를 만들지 못한다. 매년 종자를 수입해 생산하는 처지다.


반면 토종 우리맛닭의 어미・아비를 종계라고 하는데, 이것은 국가에서 보유한 순계로 만든다. 순계는 국가기관이 관리하면서 계속 개량을 한다. 더욱 좋은 우리맛닭 종계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종계는 국가기관과 농장(종계장)간 계약에 따라 매년 새 종자를 공급한다. 실용계는 우리맛닭 종계장에서 분양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친 우리맛닭은 전국에 분포된 종계장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하다.


우리맛닭은 맛과 육질이 일반 닭고기와 다르다. 감칠 맛을 내는 핵산물질 이노신(Inosine) 함량이 두 배 정도 높다. 닭고기 100g당 이노신 함량을 보면 일반닭고기는 31.4mg인데 우리맛닭은 60.1mg이다.


풍미성문 글루타민산 성분 역시 35% 높다. 필수아미노산인 메치오닌・시스팀 성분도 37%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피부노화방지 효능이 큰 콜라겐 성분은 9.8% 높은 수치를 보인다.


가금연구소는 우리맛닭으로 토종닭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육종체계 구축, 토종닭 순계 능력 향상과 신품종 개발에 힘쓰고 있다. 또 가축센터, 지자체 축산연구기관 등 4개소에 중복보존용 종계 분양을 하고 있다. 우리맛닭 종계 거점농장 집중 육성 보금도 추진 중이다.


민간기업 육성을 위한 GSP 토종닭 신품종 개발과 육종체계 구축도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산업화 단계별 질병 청정화 및 사양관리지침서 개발도 이 사업의 일환이다. 토종 종오리 능력 개량으로 ‘우리맛오리’는 약 80만~100만수 실용오리가 보급되고 있다.


추효준 연구사는 “토종 가금 유전자원을 복원해 우리맛닭・우리맛오리를 보급하고 있다”며 “토동닭 시장점유율 확대 제약요인인 성장률・균일도를 향상시켜 농가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금연구소는 토종닭과 오리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가금 연구 역량을 혁신하기 위해 농가, 대학, 산업체 등과 다양한 연계 활동을 하고 있다. ⓒ배군득 기자

◆한국형 동물복지 사육시스템으로 품질 업그레이드

최근 환경과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가금연구소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뿐만 아니라 환경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항생제를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에 한창이다. 특히 기능성 강화로 부가가치를 높이는 사료첨가제 개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생산성 향상・유해가스 발생 저감을 위한 친환경 미생물제는 농가에서 상당히 인지도가 높다. 아비락, 애니락 등 유용 유산균제 개발 및 산업화로 생산성은 산란율 3.2%, 증체량은 4.2% 개선됐다. 레스베라트롤, 알파리폭익산, 클로렐라 등 항생제 대체물질 산업화도 꾸준히 효과를 보고 있다.


산란계로 눈을 돌리면 계란 생산비 중 사료비가 6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을 개선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동물복지에 대한 세계적인 트렌드에 발맞춰 한국형 산란계 동물복지 사양체계 및 복지인증 계란 유통 개선 방안 연구도 주목한 부분이다.


육용종계의 생산성과 닭고기 품질을 제고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도 가금연구소 역할이다. 국산 닭고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종계의 생산성 제고와 육계의 생산에서 가공까지 통합형 선진 닭고기 생산시스템을 제시하고 있다. 건강한 병아리 생산기술 등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추효준 가금연구소 농업연구사는 “가금연구소는 친환경・항생제 대체・기능성 사료자원을 개발・보급하고 있다”며 “계란 및 닭고기 품질 향상과 한국형 동물복지 사육시스템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8월 18일 [新농사직썰㊹]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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