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 싸움에 원청도 함께, 네이버노조 모델 꼭 성공시켜야"
[김성욱, 이희훈 기자]
▲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 노동조합 네이버 지회 오세윤 지회장. '공동성명'은 네이버 노조의 별칭. |
ⓒ 이희훈 |
"원청 노동자가 하청 노조의 쟁의에 연대하는 건 도덕적으로 바람직해서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전체 노동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네이버에는 현재 40개 넘는 계열사·사내하청 업체가 존재한다. 거꾸로 본사 조합원들이 파업을 한다고 치자. 나머지 대다수 계열사·하청업체들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파업이 무슨 효과가 있겠나."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이 하루라도 네이버를 쓰지 않는 날이 있을까? 하지만 네이버에도 사내하청이 있다는 걸 아는 이용자는 드물다. 네이버에는 5개의 사내하청 업체에 소속된 2500여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있다.
스포츠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이버에 올라오는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이들의 노동으로 탄생한다. 네이버 아이디·비밀번호를 잃어버렸거나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던 중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접수하고 해결하는 것도 이들 몫이다. 네이버 서버 운영과 보안 관리, 불법 게시물 처리 등도 이들이 맡고 있다.
그런데 이 5개 하청업체(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 노동자들이 지난달 26일부터 쟁의에 들어갔다. 임금 인상과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전담기구 설치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다. 노조에 따르면 하청 노동자들의 신입 초임은 연 2400만 원 정도로, 평균 임금이 본사 노동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네이버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를 하고 있지만 하청이란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하청노조의 쟁의에는 본사 조합원들도 연대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는 2018년 설립 때부터 본사·계열사·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하나의 노조를 이뤘다. 오세윤(40)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네이버지회장은 "하청업체들이 하는 업무를 보면 사실상 본사 내의 부서와 다름 없는데도 회사는 비용 절감을 위해 이들을 분사시켜 하청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라며 "하청 노동자들도 똑같이 네이버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그 과실을 분배 받는 데 있어선 차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지금의 구조에선 원청·하청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하지 않는 한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어렵다"라며 "본사와 사내하청업체 조합원이 함께 구성된 네이버 노조 모델이 꼭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사 소속인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청 노동자들은 아무리 감옥에 몸을 가두고 단식을 해도 원청을 만날 수 없지 않나"라며 최근 사회적 관심을 받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 지회장을 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에 있는 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 이희훈 |
- 그린웹서비스, 엔아이티서비스, 엔테크서비스, 인컴즈, 컴파트너스가 쟁의에 돌입한 이유가 뭔가.
"본사 노동자들과 비교했을 때 이들에 대한 차별적인 처우가 심해지고 있어서다. 이 업체들은 네이버의 손자회사이면서 네이버와 용역계약을 맺고 있는 전형적인 사내하청이다. 네이버가 지분 100%를 소유한 자회사 네이버아이엔에스가 다시 이들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곳 노동자들의 신입 초봉이 연 2400만~2500만 원 정도인데, 본사 노동자들과 20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연봉 인상률도 높지 않아 평균적으로 임금이 본사의 절반 이하다. 그 격차는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네이버 본사 노동자들의 연봉인상률 10%, 통신비 명목의 개인 업무지원비 15만 원 증액을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하자는 것이다. 간단하다. 네이버의 성장에 똑같이 기여했으니 인상분도 같게 하자는 거다.
네이버는 최근 코로나 이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우리의 계산으로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5일분이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복지 인상분을 충당할 수 있다(지난해 네이버 영업이익은 1조3255억 원, 전년 대비 9.1% 증가). 하지만 회사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조정까지 갔지만 결렬돼 쟁의에 이르게 됐다."
- 임금 외에 원·하청 처우 차이도 있나.
"휴가 차이도 크다. 네이버 본사엔 3년 근무하면 15일씩 발생하는 '리프레시' 휴가라는 게 있다. 2년 전 단협 때 생긴 건데 하청업체들에게는 부여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휴가도 본사는 이틀인데 하청은 하루다. 본사에 비해 연차 사용도 자유롭지 않다.
통신비를 지원한다는 취지의 개인 업무지원비도 현재 하청업체엔 없다. IT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통신비 쓸 일이 많지 않나.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하청 노동자는 업무에 필요한 통신비도 자비로 하라는 것인가. 본사 노동자들은 그간 개인 업무지원비로 15만 원을 받았는데, 올해 교섭으로 15만 원을 인상하기로 했다. 그 15만 원 인상분을 하청 노동자들에게도 지급하라는 것이다. 기존의 차별을 완전히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교섭해서 얻은 결과물은 원청이나 하청이나 똑같게 하자는 거다."
- 노조가 요구하는 것 중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 설치'도 있더라. 지난해 5월 네이버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올해 교섭을 통해 네이버 본사에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하청업체의 기구 설치에 대해선 '각 법인이 독립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버티고 있다. 그러니 하청업체들도 나서지 않는다. 네이버는 평소 정보보고 등 리스크 관리에 대해선 계열사, 하청업체 상관 없이 직접 관장해왔다. 왜 유독 직장 내 괴롭힘만 계열사와 하청업체들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 이희훈 |
- 네이버에도 사내하청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사내하청 5개 업체에 속한 직원이 2500여 명에 이른다. 본사 직원이 총 4400여 명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사내하청 업체를 제외한 계열사 직원은 약 6500여 명이다.
사실 사내하청 구조는 일반 재벌 대기업이 취해온 방식이었다. 그런데 IT업계 1위인 네이버가 2005년부터 그 구조를 처음 들여왔다. 몇 번의 분사를 거듭하다 지금의 5개 사내하청 업체 구조까지 이르렀다. IT업계에 중 가장 분화된 형태다. 이후 네이버를 따라 카카오 등 다른 IT 기업들도 사내하청 방식을 답습하기 시작했다."
- 네이버 노조에 속한 각 조합원들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본사 조합원이 1700여 명, 사내하청 업체 조합원이 500여 명, 계열사 조합원이 1300여 명 정도 된다."
- 네이버 사내하청 업체들이 하는 일은 뭔가.
"네이버 서비스 전반의 고객문의 상담, 광고주 문의 응대, 콘텐츠 운영, 영상 제작, 네이버스퀘어 운영, AI학습지원, 네이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백엔드·프런트엔드 개발, 품질관리, UI·UX 디자인, 서버운영, 24시간 장애관제, 보안 분석 등이다. 모두 네이버 서비스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들이다. 이용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스포츠 하이라이트 영상, 문자 중계 등을 만드는 것도 하청 노동자들이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관련된 수동 검색 페이지들을 만드는 것도 하청 노동자들이다.
사내하청 업체들은 네이버 관련 업무만 할 뿐, 다른 독자적인 외부 사업도 전혀 없다. 사실상 네이버 내의 한 부서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네이버는 법인들을 바깥에 분사시켜놓고 매년 용역계약을 맺고 있다."
- 그 이유는.
"비용 절감 때문이다. 네이버 내에 두면 네이버 본사 직원들과 똑같은 월급과 복지를 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법인을 따로 두고 용역 계약을 하면 성과를 배분할 필요도 없고 임금·복지 수준도 같이 올려줄 필요가 없게 된다. 1년 용역비만 주면 끝이니까.
또 이렇게 하면 책임을 미루기 너무 좋은 구조가 된다. 교섭에 응하지 않고 하청업체 대표에게 책임을 미뤄버리면 그만이다.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 하청업체는 '용역비가 이것밖에 안 되는데 어떻게 올려주냐'고 하고, 원청인 네이버는 '각자 독립경영인데 왜 우리에게 말하냐'고 한다. 하청에 가면 권한이 없다고 하고 원청에 가면 책임이 없다고 한다. 서로 미루니 교섭도 진척이 안 된다."
- 쟁의에 돌입한 이후 사측으로부터 반응이 있었나.
"없었다."
- 교섭하는 동안 네이버 본사가 나온 적은.
"전혀 없다. 하청업체들과 얘기는 하고 있겠지만, 공식적으로는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는다. 그간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온 네이버의 모습과 맞지 않다고 본다."
▲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 |
ⓒ 이희훈 |
- 현재 네이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쟁의에 본사 노동자들이 연대하고 있다.
"단순히 하청 노동자들을 돕겠다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우리 전체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필요한 방법이다. 네이버 서비스를 이루는 본사, 계열사, 사내하청 업체의 노동자들이 각기 쪼개져있다면 어떻게 될까? 설사 본사가 파업을 한다고 해도 나머지 계열사, 사내하청업체들이 연대하지 않는다면 회사에 대한 대항력을 가지기 어렵다. 초단기적으로 봤을 땐 하청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것이 본사 직원들과 상관 없는 일일 수 있겠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렇지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똑같은 이유에서 지난 2018년 노조를 결성할 때도 네이버 내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하는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컸다. 실제 업무를 할 때도 다 같이 일하고 협업하는데, 노조도 같이 가야 하지 않냐는 거였다. 한 자본 아래에 있는 노동자들은 하나의 노동조합으로, 하나의 단위에 속해 있어야 사측의 '갈라치기'나 노노 갈등을 피할 수 있다.
조직이 따로 생기는 순간 조직이기주의가 발생하기 쉽다. 노동조합은 크게 뭉칠수록 원하는 바를 관철시킬 힘이 생긴다. 네이버에 노조가 처음 생긴 이후 카카오, 넥슨 등 IT 업체 노조가 10개 만들어졌는데, 이 노조들도 역시 우리처럼 본사와 계열사, 하청업체들이 하나의 노동조합에 다 같이 속해 있다. 모든 사원이 함께 한다는 네이버 노조 모델이 옳았다고 본다."
- 본사 조합원 사이의 내부 불만은 없나.
"전혀 없다. 네이버 노조는 출범 시작부터 함께 가는 게 맞다고 합의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원·하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우조선 하청 파업은 어떻게 지켜봤나.
"안타까웠다. 하청노조 입장에선 단식을 하고 농성을 하고 감옥 안에 몸을 가두고 나서야 원청을 만날 수 있을까 말까다. 그러지 않고서는 절대 본사가 움직이지 않는다. 네이버 노조처럼 원·하청이 하나의 노조에 있는 경우는 본사와도 교섭이 진행되기 때문에 비공식적으로라도 원청과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생기기 쉽다. 노조의 협상력이 올라가는 것이다.
네이버든 대우조선이든 자본 입장에서는 당연히 비용 절감의 유혹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은 원청이든 하청이든 하나로 힘을 모아 그걸 저지해야 한다. 그래야 2차, 3차 하청으로 가려는 회사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실제 2018년 네이버 노조가 생긴 이후 사내 하청업체가 더 늘지 않았다. 네이버 노조 모델이 꼭 성공해야 한다."
- 쟁의가 파업까지 갈 가능성도 있나.
"사측의 태도에 달려있다. 우리는 파업까지 안 가길 바란다.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 네이버 정도 되는 회사가 겨우 이 정도의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들을 갈라 치고 노조를 무시해 파업까지 가게 해야겠나. 기업들이 ESG 경영을 받아들이는 이유가 뭔가. 소수 주주만의 이익을 좇아 이윤 극대화만 외치다 간 기업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 때문 아닌가.
본사든, 사내하청이든, 계열사든, 네이버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은 다 네이버 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이 높은 사람들이다. 제발 회사가 이 사람들의 책임감을 해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네이버를 멈추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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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노조 "본사의 절반 수준인 하청 임금, 차별 안돼" http://omn.kr/1zz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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