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트리스 맞추듯 학원 뺑뺑이" 방학 되자 엄마는 비상 걸렸다
초등학교 3학년 김모군의 방학은 학원 스케줄로 꽉 채워져 있다. 오전엔 영어 특강, 오후엔 태권도와 수학 학원을 간다. 특강은 주 3회라 비는 날 오전엔 수영장을 찾는다. 학원 외 시간엔 친가와 외가에 간다. 조부모들이 돌아가면서 김군의 끼니를 챙긴다. 맞벌이하는 김군의 어머니 정모(38)씨는 “학원 스케줄 짜는 것이 마치 테트리스 맞추는 것 같다”며 “아이는 방학에 학원을 더 가야 한다고 불만이지만 아이를 혼자 둘 수도 없으니 답이 없다”고 말했다.
방학되면 심화되는 ‘학원 뺑뺑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부모들의 자녀 돌봄에 비상이 걸렸다. 아이들을 보낼 곳이 마땅찮아 ‘학원 뺑뺑이’를 임시방편으로 삼고 있다.
7월 말에서 8월 초에 집중된 학원 여름방학이 되면 부모의 발 동동거림은 더 심해진다. 초1, 초4 두 자녀를 둔 이모씨(36)는 남편과 번갈아가며 여름휴가를 냈다. 이씨는 “돌봄 교실부터 학원까지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줄줄이 방학이라 애들이 갈 곳이 없다”며 “둘이 휴가 낸 김에 밥 챙겨주시던 부모님들에게도 쉬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정부에서 학원에 원격수업을 권고한 것에 분노하기도 한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학원의 원격교습 전환을 적극적으로 권고한 바 있다. 이씨는 “학원이라도 가야 보호도 받고 공부도 할 수 있는데 원격수업을 하게 되면 집에 애들을 방치하게 된다”며 “정부에서 현실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휴가도, 연차도 여의치 않은 학부모들은 사설 돌봄 업체에 의존한다. 아이 돌봄 서비스 업체인 자란다 관계자는 “학기 중과 비교해서 여름방학이 시작된 7월 마지막 주에 돌봄 신청 수가 평균 140% 증가했다”며 “방학 기간에는 신규 가입도 많이 늘어난다”고 했다.
아이는 신나는 방학, 엄마는 무서운 방학
돌봄 교실도 못 보내는 학부모는 한숨만 쉰다. 돌봄 교실 추첨에서 떨어지면 오전부터 자녀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의 성과 및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돌봄교실에 신청하고도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 대기자가 2017년 9226명에서 2020년 2만 1300명으로 176% 증가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이모씨(36)는 “돌봄 교실 추첨에 실패하면서 결국 일을 관두고 아이를 돌보고 있다”며 “온종일 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방학이 무섭다”고 했다.
방학에는 자녀들의 밥 챙기기도 만만치 않다. 돌봄 교실은 있어도 급식을 제공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 부모들이 직접 도시락을 싸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이라 음식이 금방 상할 수 있기 때문에 맘카페에는 쉽게 상하지 않는 음식 레시피가 팁으로 공유된다. 코로나19 전에는 돈을 내면 학원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감염 위험에 가져온 도시락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전문가 "돌봄 부담은 만성적 공급 부족 탓"
김남영 기자 kim.namyoung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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