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제 무덤 팠다..펠로시 대만행에 역사적 의미 부여"

임선영, 김지선 2022. 8. 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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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무시할 기회를 놓쳐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파이낸셜타임스)
"대만을 구하는 열쇠는 중국에게 '대립은 이익보다 대가가 훨씬 크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교훈을 전하는 것이다."(뉴욕타임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중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것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판단 실수 때문이며 이왕에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찾은 이상,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선 미국이 중국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영·미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현지시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中 과민 반응이 펠로시 대만행에 역사적 의미 부여"


파이낸셜타임스(FT)의 톰 미첼 베이징 지국장은 2일(현지시간) 칼럼에서 "시진핑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별것 아닌 행동으로 치부할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펠로시 의장을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레임덕 의장'이라고 무시하거나 인기 없는 대통령(조 바이든)의 협력자로 간주할 수 있었으나 오히려 1995년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를 불어넣었다"고 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 대만 타이베이 의회를 떠나는 가운데, 그를 취재하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평가 절하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야 했는데, 지나친 과민 반응이 오히려 펠로시의 방문에 의미를 부여하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의미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행을 놓고 군사·외교·경제 전반에 걸쳐 반격하고 있다. 4일부터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의 실탄 사격 훈련을 예고하는 등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또 2일 밤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직후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 대사를 초치해 "(펠로시 방문이) 악랄하다"며 강력 항의했다.


FT "우크라이나 전쟁, 中에 교훈"


시진핑 주석도 직접 지난달 28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불장난하면 불에 타 죽는다"며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중국의 이같은 민감한 반응은 특히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 지을 오는 10월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를 앞두고 물러서지 않는 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27일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미첼은 "현재 중국의 군사력은 27년 전 대만해협 위기 때보다 훨씬 강력하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강력한 경쟁자(미국)를 상대로 군사력을 시험할 준비가 되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중국과 대만의 상황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빗댔다. "시 주석은 대만 점령을 꿈꾸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군사력이 강력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를 물리치는 게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있어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美 의원들 꾸준히 대만 방문...당시엔 中 반발 안해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브렛 스티븐슨은 같은날 "지난 수십 년 간 미국의 국회의원들은 대만을 방문해왔으나 어떤 방문도 위기를 유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힘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힘이 약해지는 것을 감지하면서 '새로운 전략'을 세웠다고 짚었다. 그가 말하는 새로운 전략이란 터무니없는 주장과 더욱 공격적인 조치 등이다.
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4월 초당적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났다. EPA=연합뉴스

스티븐슨은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중국이 반발하지 않았던 상황을 소개했다. 당시 대만행에 앞서 베이징을 찾았던 깅리치 의장은 "만약 대만이 중국에 공격을 당한다면, 미국이 군사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깅리치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럼에도 우리(미국과 중국)는 결코 언쟁하지 않았다. 중국 측은 '미국은 그럴 권리가 없다. 그것은 간섭이다'라고 하지 않았으며 '좋아요. 알았어요'라고 했다."

1997년 뉴트 깅리치 당시 미 하원의장(오른쪽)이 대만을 방문해 리덩후이 당시 대만 총통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NYT "대만 구하는 열쇠는 대중 강경책"


스티븐슨은 "펠로시의 방문으로 중국이 체면을 구긴 점을 고려할 때 노골적인 전쟁의 위험은 감수하지 않더라도 위협은 고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 정부에 이런 주문을 했다.

그는 첫째, 내년엔 미 의회 대표단을 매주 대만에 보내 일상화시켜 중국 정부가 항의할 생각조차 잊게 만들라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1일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둘째,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말해 온 '중국의 대만 침략 시 미국의 군사 개입'을 공식적으로 다시 한 번 언급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대만의 비밀 합동 훈련을 확대하고, 미 해군 함정의 대만 해협 통과 횟수를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바이든 정부가 군비 지출을 늘릴 경우 초당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대중 강경책은 "중국에게 대립의 대가가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할 줄 모른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극적인 대가를 치른 후에야 배웠을지 모르는 이 교훈을 베이징에 전달해야 한다. 이것이 대만을 구하는 열쇠"라고 주장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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