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7조 '대북송금설'까지 나왔다..국정원도 내사, 무슨 일 [Law談스페셜]
금융감독원이 국내 시중은행에서 불법성이 의심되는 무려 7조원대 해외 송금을 적발하면서 검찰과 관세청은 물론 국가정보원까지 조사에 나섰다. 이 돈 전부 '김치 프리미엄'를 노인 코인 차익거래 용도인지 자금의 성격과 귀착지, 거래 실체가 아직 베일에 싸여있기 때문이다.
일단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대부분의 거래가 시작된 곳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 나타났다. 코인 거래소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국내 무역법인들의 계좌로 모였다가, 해외법인으로 송금되는 구조다. 다만 해외법인은 해외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조사됐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미신고 해외 예금거래, 무등록 외국환 업무 등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우선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 미신고 외환 거래 혐의…2000년 대북송금도 같은 혐의 처벌
외국환거래법 제18조와 제29조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에 신고하지 않고 10억원 이상의 외환 거래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직전 4억 5000만 달러의 대북 송금을 주도했다는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때도 이 조항이 적용됐다. 같은 해 6월 9일 이 중 2억 달러는 외환은행 본점에서 국정원 직원 5명 명의로, 나머지 2억 5000만 달러는 현대건설 싱가폴·런던지사 계좌에서 각각 중국은행 마카오 지점 계좌 등 북한의 해외은행 계좌들로 분산 이체됐다.
대북송금 재판 당시 박 전 원장 측은 헌법상 북한은 대한민국 영토라, 북한의 개인이나 법인 계좌를 외국 계좌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2004년 3월 "자본거래를 신고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지정한 제3국 소재 외국 은행 계좌로 달러를 송금한 건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유죄를 확정했다. "고도의 정치성을 띤 통치행위 개념을 인정한다고 해도 실정법 절차를 어기고 북에 4억 5000만달러를 송금한 행위 자체는 사법심사의 대상"이라고 하면서다.
최근에는 '김치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암호화폐 차익거래로 이 조항을 위반해 재판을 받는 경우도 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국내 시세가 해외보다 높다는 점을 노린 거래로, 해외에서 구매한 암호화폐를 한국의 거래소의 계좌, 즉 코인 지갑으로 전송받아 팔아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거래망과 외환-원화 사이 환전을 거치지 않고 명의자도 쉽게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쉽게 돈 세탁이 가능하다.
지난 2018년에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송금한 뒤 현지에서 비트코인을 사 국내에서 되판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A씨가 1심에서 벌금 5000만원 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359차례에 걸쳐 총 1710억여원을 신고 없이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신고 거래 금액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이냐도 쟁점이다. 필리핀 소재 금융기관에 총 52억원을 신고 없이 송금한 사업가에 대해 법원은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아니라고 봤다. 지난 2019년 대법원 역시 "해당 거래가 31차례에 걸쳐 이뤄졌고, 한 건당 거래 금액은 10억원이 넘지 않는다"라며 이 부분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법원도 10억원이 넘는 금액을 일부러 나눠서 의도적으로 분할 거래한 경우는 예외로 본다.
◇ 외화→코인 이체→원화로 돈세탁…'김프' 이용한 '신종 환치기'
외국환거래법 제31조에 따라 우리나라와 외국 간 외국환 업무를 하려면 기재부에 등록해야 하지만, 이를 어기고 불법 환전에 뛰어드는 사례도 나온다. 중국 국적의 B씨는 위안화를 한화로 바꿔 달라는 부탁을 받아 중국은행 계좌로 위안화를 받은 뒤, 중국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 국내 거래소로 전송하는 방식을 썼다. 이후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한화로 매도해 '김치 프리미엄'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얻고, 대금을 한화로 지급한 것이다. B씨는 2016년부터 약 2년간 4만 2231차례에 걸쳐 약 1300억원을 환전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법원은 B씨가 비트코인으로 차액을 얻은 행위 자체는 법으로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보고, 외국환 업무를 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2개월형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금감원은 신설업체 중 외환 송금액이 0.5억 달러(약 650억원) 이상이거나 자본금의 100배 이상인 곳, 가상자산과 관련한 송금 거래를 한 곳 등을 살펴보라고 은행에 요청한 상태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은행이 송금 업무를 처리할 때 관련법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감독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과 관세청에서도 거래 당사자와 자금을 추적해 외국환거래법 혐의가 있는지 수사를 이어갈 전망이다.
국정원 역시 내사에 착수하면서 '대북 송금설'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외화를 획득하기 위해 전 세계 가상화폐거래소를 상대로 사이버 해킹 공격을 감행해 암호화폐를 훔치는 일이 빈번해졌다는 것 역시 근거로 꼽힌다.
다만 국정원 조사를 바로 대북 송금설로 연결짓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페이퍼컴퍼니 등 해외 기업의 실체와 해당 자금이 최종적으로 도달한 곳을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이 현지 조사에 착수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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