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손잡고 아이 해꼬지" 그 마녀, 329년만에 누명 벗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마녀임을 자백합니다.”
1692년 8월 11일, 미국 매사추세츠 주(州) 세일렘에서 열린 마녀 재판. 피고석에 선 엘리자베스 존슨 주니어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22세였던 그는 바로 사형 선고를 받았지만, 그의 자백은 거짓이었다. 그의 어머니를 포함해 가족과 친지 중 20여명이 마녀로 몰린 상황에서 그 역시 누명을 썼던 상황이었다. 당시 세일렘은 마녀재판의 성지(聖地) 같은 곳으로, 마녀사냥이 광풍처럼 횡행했다. 존슨 주니어는 그 희생양 중 하나였다.
다행히 그는 감형을 받았고 77세에 자연사했으나 마녀라는 낙인은 남았다. 그러다 지난주, 약 329년이 지난 후에야 무죄 선고를 받았다고 한다. 뉴욕타임스(NYT)와 가디언 보도를 종합하면 존슨 주니어는 세일렘 마녀 재판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중 명예회복을 하지 못한 최후의 케이스였다고 한다.
세일렘 마녀 재판 기록을 모아둔 웹사이트엔 그에 대한 판결문 이미지가 남아있는데, 이에 따르면 존슨 주니어는 “다른 마녀들의 꼬임에 넘어가 악마와 손을 잡았으며 아이들을 괴롭히고 해꼬지했다”고 고백했다고 되어 있다. 그는 당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마녀사냥 광풍 속에서 낙인이 찍혀 사형 선고까지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어떤 질환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한다.
그의 명예회복은 10대 청소년들과 교사가 지난 3년간 꾸준히 주(州) 정부에 청원을 넣은 결과라는 점에서도 화제다. 해당 교사인 캐리 라피에르는 NYT에 “엘리자베스 존슨 주니어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됐다”며 “늦게라도 그가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라피에르 교사의 지도 아래 학생들은 자료조사와 청원서 작성 등을 직접 했다고 한다.
이들의 청원을 받아 사후 무죄 선고를 이끈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다이애너 디졸리오는 가디언에 “학생들이 존슨 주니어를 위해 쏟은 노력은 감동적인 수준”이라며 “엘리자베스와 같은 희생양들이 겪어야 했던 피해를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어도, 관련 기록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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