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떠난 뒤..중국, 대만 6방향 포위훈련
낸시 펠로시(사진)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2~3일)에 맞서 중국이 대만을 봉쇄하는 듯한 무력시위에 나서며 대만해협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을 향해선 강경 발언 속에서도 직접적 군사행동은 하지 않은 반면, 대만을 겨냥해선 강경한 군사·경제 반격에 나섰다. 중국이 2016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때 대미 보복보다는 주로 한국을 겨냥해 보복성 조치를 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대만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 일련의 연합 군사행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대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설정한 6개 구역의 위도와 경도를 소개하면서 인민해방군이 4일 정오부터 7일 정오까지 해당 해역과 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과 실탄사격을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 구역의 일부에는 대만 영해도 들어가 있다. 대만 제2 도시 가오슝(高雄)과 근접한 남서쪽 훈련 구역은 대만 본토와 거리가 16㎞가량 떨어졌을 정도로 가깝다. 통신은 “안전을 위해 이 기간 관련 선박과 항공기는 상술한 해역과 공역에 진입하지 말라”고 통지했다. 앞서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2일 밤 21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 공역에 진입시켜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군의 군사훈련은 세계 물류에도 차질을 부를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현재 북아시아로 향하는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며 “운송이 기존 일정보다 3일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국방부는 대변인 담화에서 “중국 인민해방군은 일련의 표적성 군사행동으로 반격해 국가의 주권과 영토의 완전성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이 대만 주위에서의 훈련을 예고함으로써 대만 주요 항구와 도시들을 위협하려 한다”고 했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3일 담화에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도발해 문제를 일으키고, 중국의 장대한 발전을 지연시키고, 중국의 평화적 굴기를 파괴하려는 시도는 완전히 헛된 일이며, 반드시 머리가 깨져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셰펑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일 심야에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를 긴급 초치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성질이 극도로 악랄하고 후과는 극히 엄중하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보복 … 대만산 수입 제동, 북미 투자 발표 연기
친중 성향인 홍콩 명보는 이날 사설에서 “펠로시 의장이 (중국의) 경고를 고의로 무시하고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국과 중국은 한국전쟁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상황이 악화하면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쿠바 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미국·소련의 핵 대치 위기)의 21세기 버전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썼다.
중국 정부는 일부 대만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도 이날 발표했다. 중국의 수출입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해관총서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대만산 과일에서 과도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고, 냉동 생선류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공지했다.
해관총서는 지난 1일에도 대만 기업의 식품 58종류 3200여 품목 가운데 65%인 2066개 품목에 수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북미 투자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CATL이 미국 테슬라·포드에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하려 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북미 공장 프로젝트 발표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CATL은 미국과 텍사스 근처 멕시코에 적어도 2개의 장소를 고려하고 있으며, 수주 내 발표를 앞두고 부지 선정과 해당 지자체와 인센티브 등을 협상 중이었다.
펠로시 의장은 3일 대만에서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길 만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는 이날 오전 주대만미국협회(AIT)를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류더인(劉德音) 회장과 화상으로 만났다. TSMC는 미국이 추진하는 중국 견제 반도체 연대인 칩4(한국·미국·일본·대만)의 핵심 기업이다.
펠로시 의장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을 만나 면담한 뒤 오찬을 했다. 차이 총통은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대만과 미국 간 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외국인에 주는 최고 등급 훈장인 특종대수경운(特種大綬卿雲) 훈장을 수여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과 세계 다른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국의 결의는 여전히 철통같다”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을) 미 의회에 초청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엔 타이베이 징메이인권문화원구를 방문해 신장위구르자치구 출신 우얼카이시(吾爾開希)와 홍콩 출신 람윙키(林榮基·린룽지) 등을 비공개로 만났다. 우얼카이시는 1989년 중국 천안문 민주화 시위 당시 베이징사범대 학생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람윙키는 홍콩 퉁뤄완 서점 점장이던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취급했다는 이유로 중국 당국에 납치돼 구금됐다 풀려났다. 두 사람 모두 중국 정부엔 눈엣가시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2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중국 공산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의 대만 연대는 대만 국민 2300만 명뿐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억압받고 위협받는 수백만 사람들에게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은 19시간의 대만 방문을 마치고 한국시간 3일 오후 7시쯤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이륙해 오후 9시28분쯤 한국에 도착했다.
베이징·워싱턴=신경진·박현영 특파원, 이승호·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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