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 입학' 뒷북 여론수렴..교육부 "폐지로 결론나도 수용"

홍지유, 장윤서 2022. 8. 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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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방안이 각계의 거센 반대에 부닥친 가운데 교육부가 뒤늦게 학부모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다. 학부모와 교사를 포함한 시민 13만 명 중 98%가 만 5세 입학에 반대한다는 설문 결과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정책이 폐기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당에서는 만 5세 입학 정책이 갑자기 등장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 97.9%가 만 5세 입학에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 의원실이 지난 1일부터 3일간 전국 학부모 7만3120명, 교직원 3만7534명 등 총 13만10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만 5세 입학에 반대하는 이유(중복 응답)로는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연령이 낮은 학생이 피해를 봄(68.3%) ▶영유아 교육시스템 축소(53.3%) ▶조기교육 열풍으로 사교육비 증가 우려(52.7%)가 꼽혔다. 강 의원은 “대다수 국민이 반대한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교조 대구·경북지부 관계자들이 3일 오후 대구시 범어동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학제개편안을 규탄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뉴스1]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과 함께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교육부는 다급히 여론 수렴에 나섰다. 지난 2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부모 단체 관계자를 만난 데 이어 3일 오전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치원 학부모 간담회를 했다.

교육부는 반대 여론을 의식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이날 간담회에서 장 차관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문제를 보완해 나갈 것”이라며 “의견 수렴 과정 중 ‘시기상조다’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이날 오전 장 차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폐지로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게 국민의 뜻이라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교육부는 만 5세 입학 정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소외됐던 시·도 교육감을 달래기 위한 자리도 뒤늦게 마련했다. 박 부총리는 3일 전국 시·도 교육감과 화상회의를 열고 만 5세 입학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회의는 2학기 학교 방역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만 5세 입학이 급히 회의 내용에 추가됐다.

이날 보수 성향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취학 연령 하향 조정에 앞서 유보 통합(유치원·어린이집 과정 통합)과 초등 저학년 방과후 돌봄 확충, 만 5세에 맞는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선행돼야 한다”며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2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교육계에선 국정 과제나 대통령 후보 공약에 없었던 학제개편이 어떻게 업무보고에 들어갔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학제개편은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국회와 어떤 논의도 없이 업무보고가 이뤄졌다”며 “업무보고 전에 교육위원장과 논의하는 관행마저도 무시됐다”고 했다.

야당 교육위 의원들은 국회와 사전 협의도 없고 교육부 내부에서도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정책이 갑자기 등장한 배경에 주목하고 만 5세 입학이 대통령 업무보고에 포함된 경위를 밝히라고 교육부에 요구했다.

교육부는 유아 교육에서 공교육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나온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장 차관은 이날 학부모 간담회에서 “유보 통합부터 초등전일제 문제를 검토하다 보니 공교육 시작 시기를 앞당기고 더 어린 나이에 돌봄을 제공하면 효과가 좋겠다는 판단에서 나온 정책”이라고 말했다.

홍지유·장윤서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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