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펠로시 환영" 윤 대통령과 회동 일정은 안잡아
3일 저녁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별도로 만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3일 “펠로시 의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며 “한·미 양국 국회의장 간 협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고조되고 있는 미·중 갈등 상황에 대해선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역내 평화와 안정이 필요하다는 기조하에 역내 당사국들과 제반 현안에 관해 긴밀히 소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과 윤 대통령의 면담 여부에 대해선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이 윤 대통령 휴가 일정과 겹쳐 만나는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선 차이잉원(蔡英文) 총통과 오찬을 했고, 일본 언론에 따르면 5일 방문하는 일본 도쿄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의 조찬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을 두고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일단락된 뒤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 일정이 잡혔다”며 “그 뒤에 펠로시 의장의 면담 요청이 들어와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에 “휴가”라고 설명하자 “충분히 이해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내 사정으로 지방 방문을 취소하고 서울에 머물며 향후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입장을 바꿔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건 ‘외교 프로토콜’에도 어긋난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방한한 인사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다음 주 업무에 복귀하면서 들고 올 키워드는 ‘약자와의 동행’이라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오면 경제 위기 속에 취약계층을 돌보는 약자와의 동행에 비중을 두는 행보와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은 물가와 금리, 재확산하는 코로나19가 저소득층에 더 큰 고통을 준다고 보고 이를 윤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는 구상이다.
대통령실에선 이를 통한 이미지 변화도 기대한다. 여태껏 공석이던 홍보기획비서관으로 이기정 전 YTN 선임기자를 휴가 중에 인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선 배경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에 있어서 보다 더 세련되고 업그레이드된 전략과 일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8·15 광복절 특별사면은 국민 통합과 경제 살리기 콘셉트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MB) 사면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지난달 “미래지향적으로 가자”고 한 이후 정치권에선 김경수 전 경남지사까지 포함해 국민 대통합을 명분으로 한 대대적 사면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 사면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3일 저녁 김건희 여사와 함께 서울 대학로 한 극장에서 연극 ‘2호선 세입자’를 관람했다. 윤 대통령은 관람 후 인근 식당에서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연극계의 어려운 사정에 대해 듣고 배우들을 격려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현일훈·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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