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라도 너무 몰랐다..현대차 찐 경쟁력
글로벌 전기차 시장 테슬라 맞수 급부상
“올라간 눈높이도 넘어선 실적” “매크로 불확실성에도 높은 가시성” “잘했고, 잘할 것이다”….
최근 증권가가 내놓은 현대차 분석 보고서는 연일 호평 일색이다.
현대차가 차량용 반도체 부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숱한 악재를 딛고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35조9999억원, 영업이익은 2조979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2분기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규모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영업이익 최대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률은 8.3%를 기록해 2014년 2분기(9.2%) 이후 가장 높다.
현대차 실적이 날개를 단 데는 이유가 있다. 생산 감소로 전체 판매는 줄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전기차 등 값비싼 차량을 많이 판매한 효과가 컸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전체 판매량은 97만635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지만 SUV 비중이 52.4%로 같은 기간 5.1%포인트 높아졌다. 제네시스 활약도 두드러진다. 플래그십 세단인 G90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7.5% 급증했다. 글로벌 히트작 아이오닉5뿐 아니라 GV70, GV60 등 신차들이 가세한 덕분에 전기차 판매량도 49.1% 치솟았다. 현대차의 글로벌 평균 판매단가(ASP)는 2만4100달러(약 3150만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분기 실적이 날개를 달면서 올해 현대차 영업이익은 10조6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유럽 시장 대기 수요가 늘어난 데다 하반기 반도체 수급 차질 완화에 따른 생산 증가도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 올해 영업이익 10조원 넘을 듯
‘형님’이 잘나가자 ‘아우’도 실력을 뽐냈다.
기아도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으로 잔칫집이다. 영업이익만 2조2341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섰다. 매출도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웃돈 21조876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2%로 사상 최초의 두 자릿수다. 현대차보다 영업이익은 적지만 영업이익률은 앞지른 셈이다.
특히 현대차그룹 실적 호조는 전기차 시장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적수가 없어 보였던 테슬라 중형 세단 모델3 아성을 무너뜨렸다는 분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지난해 4월 국내 시장에 출시돼 올 4월까지 3만2777대 팔리면서 단숨에 ‘국민 전기차’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기아 EV6도 1만8099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지만, 테슬라 모델3 판매량은 8331대에 그쳤다. 2020년까지만 해도 국내 전기차 시장 베스트셀링카는 테슬라 모델3였지만 아이오닉5, EV6가 등장하면서 판도가 180도 달라졌다는 의미다.
아이오닉5는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72.6㎾h 배터리가 탑재돼 1회 충전 시 429㎞(롱레인지 기준)를 달릴 수 있다. 5분만 충전하면 100㎞를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충전 속도도 빨라 인기몰이 중이다.
기아 EV6 인기도 매섭다. 지난 4월 EV6 등록 대수는 3416대로 아이오닉5(3547대)를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다. 최대 주행 거리가 475㎞로 아이오닉5보다 긴 데다 주행 성능도 우수하다는 입소문 덕분이다. EV6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5초로 지금까지 등장한 국산차 중 가장 빠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아이오닉5, EV6가 테슬라 주요 모델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초 미국 시장에 출시한 아이오닉5와 EV6가 6월 25일 기준 2만1467대 판매돼 테슬라를 제외한 모든 전기차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미국 토종 브랜드 포드의 전기차 머스탱 마하E 판매량(1만5718대)을 훌쩍 웃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2018년 1493대에서 2020년 7410대, 지난해 1만9590대로 매년 급증하는 중이다. 올 1분기 기준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는 테슬라(75.8%)였고, 현대차그룹은 9%로 2위에 올라섰다. 독일 폭스바겐(4.6%), 미국 포드(4.5%)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의 글로벌 대기 수요는 120만대 수준으로 당분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리서치 기관 에드먼즈의 조셉 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판매량이 여전히 많지만 테슬라가 현대차, 기아 판매량 수준까지 가는 데 10년이 걸렸다. 현대차 성장세가 테슬라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현대차가 매우 잘하고 있다(Hyundai is doing pretty well)”고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아이오닉5, EV6 인기에 고무된 모습이다.
그동안 코나 일렉트릭, 니로 EV가 미국 시장 판매를 견인했지만 테슬라는 물론이고 포드, GM, 폭스바겐의 전기차 모델 판매량을 넘어서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여세를 몰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55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전기차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내년 초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연간 30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시장 분위기도 좋다. 현대차그룹은 올 1분기 아일랜드와 스페인, 핀란드 등 유럽 3개국에서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 아일랜드에서는 1분기에만 2368대 전기차를 판매해 점유율 37.8%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르노닛산, 테슬라 등 경쟁사를 가뿐히 제쳤다. 아이오닉5는 베스트셀링 전기차 1위에 올라섰다. 스페인에서는 21.3% 점유율로 2위 스텔란티스(19.6%), 3위 테슬라(17.5%)를 꺾었다. 핀란드 시장점유율도 21.9%로 1위다.
현대차가 최근 선보인 두 번째 전용 전기차이자 첫 세단형 전기차인 ‘아이오닉6’에도 호평이 쏟아진다. 영국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는 “유선형 디자인은 미적으로 훌륭하지만 제작이 어렵다. 아이오닉6의 디자인은 유선형을 잘 유지하면서 뛰어난 공기저항계수까지 자랑한다”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다양한 전기차 모델을 내놔 글로벌 시장 전기차 시장점유율 12%, 300만대 이상 판매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70호 (2022.08.03~2022.08.09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