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간호사 죽음, 이유는.." 실명 밝힌 의사 장문의 글

하수영 2022. 8. 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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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는데도 수술 가능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갔다 결국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건과 관련, 일각에서 해외 학회 참석 등으로 자리를 비운 의사들에게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현직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본질은 아산병원 같은 대형 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단 2명뿐이라는 사실”이라며 “이것이 중증의료의 현실이고, 반드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방재승 분당 서울대병원 뇌신경외과 교수는 3일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 보도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이런 내용이 담긴 장문의 글을 남겼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뇌혈관외과) 방재승 교수다. 실명으로 글을 올린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 방 교수는 “아산병원 현직 간호사분이 그것도 근무 중에 쓰러졌는데 수술을 집도할 뇌혈관외과 의사가 없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해서 수술했으나 사망했다는 사실 자체는 매우 안타깝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의사들의 부재에 대한) 국민분들의 분노로 인한 댓글들을 보고 나이 50대 중반의 뇌혈관외과 교수로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세계학회에 참석해 유수한 세계적인 의사들과 발표하고 토론해야 의사들 수준이 올라간다. 의사의 해외학회 참석을 마냥 노는 것으로만 보시지 않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방재승 분당서울대병원 교수가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과 관련해 한 언론사 유튜브 채널에 남긴 댓글. 사진 유튜브 캡처

방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우리나라 ‘빅5’ 대형병원, 그 큰 아산병원에 뇌혈관외과 교수가 단 2명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한 분은 해외 학회 참석 중이셨고, 또 한 분은 지방 출장 중이셨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이 필요한데, 그걸 할 수 있는 의사가 병원에 없었다. 그래서 그 날은 뇌혈관외과 교수가 아니라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가 어떻게든 환자를 살려보려고 색전술로 최대한 노력했으나 결국은 출혈부위를 막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뇌혈관내시술 전문 교수는, 파장이 커질 것을 각오하고서라도 환자를 살려보려고 서울 쪽 병원을 수소문, 서울대병원으로 보내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방 교수는 뇌혈관외과 의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소수가 응급 수술을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중증의료제도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뇌혈관수술의 위험도와 중증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의료 수가로 인해, 지원자가 급감하다 못해 없다”며 “(아산병원 같은) 큰 대학병원은 그나마 뇌혈관외과 교수가 2명이라도 있지, 중소병원이나 지방 대학병원엔 1명만 있거나 아예 없다”고 말했다.

또 “그나마 뇌혈관외과 의사를 전임의까지 훈련해서 양성해 놓으면, 대부분이 뇌혈관외과 의사의 길보다는, 머리 열고 수술하지 않는, 코일 색전술, 스텐트 등 뇌혈관내시술 의사의 길로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물론 뇌혈관내시술 의사가 더 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술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고 머리를 열지 않으니 그쪽으로 더 많이 지원한다”고 했다.

방 교수는 “거기다 뇌혈관외과 의사로서 세계 유수의 의사들과 실력을 경쟁할 정도의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40대 중반은 돼야 하는데, 그렇게 돼도 1년에 휴가 10일 정도 외에는 일만 하는 기계처럼 근무해야 한다. 그 큰 아산병원에서 뇌혈관외과 교수 달랑 2명이 1년 365일을 퐁당퐁당 당직 서서 근무하는 것이, 나이 50 넘어서까지 그렇게 자기 인생을 바쳐서 과로하면서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러니 젊은 의대생들이 뇌혈관외과를 지원할 리 없고, 그나마 신경외과 의사 되려고 들어온 전공의들도 4년 과정 마치고 나면 현실의 벽에 절망해 대부분 척추 전문의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도 제발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시고, 중증 의료분야 지원, 뇌혈관외과분야 지원 등의 이야기가 나오면 ‘의사들 밥그릇 논쟁’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고 의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며 “우리가 그토록 존경했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님이 그렇게 중증의료치료에 매진하다가 나가떨어지신 진짜 배경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끝으로 “고갈돼 가고 있는 뇌혈관외과 의사를 보호하고 실력 있는 후학 양성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만이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안 생길 수 있는 근본대책”이라며 “공공 의대 만들어서 의사 수 늘린다고 되는 게 절대 아니다. 중증의료제도 지원 개선책 마련에 현직에 있는 저도 한목소리 낼 테니 국민도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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