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쌍끌이 보복…대만산 농수산물 막고 포위 실탄훈련 나선다
중국군이 대만을 겨냥해 ‘6면 포위 군사훈련’을 선언했다. 중국 세관 당국은 일부 대만산 농수산물 등에 대한 수입 잠정 중단을 선언하며 경제적 보복에도 돌입했다. 2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한 데 대해 전방위 위협에 나섰다.
3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 등에 따르면 대만해협을 관할하는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펠로시 의장이 대만에 도착한 2일 밤부터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훈련을 발표했다. 스이(施毅) 동부전구 대변인은 “이는 최근 대만과 관련해 미국이 보이는 부정적 움직임에 엄중하게 대처하는 것”이라며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한 강한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오는 4일부턴 대만섬을 사실상 포위하는 형태의 대규모 군사훈련도 실시할 예정이다. 중국 신화통신은 4~7일 인민해방군이 대만 주변 해역 6곳에서 실탄 사격을 포함한 합동 군사훈련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례적으로 중국군이 훈련을 진행할 해역의 위치가 표기된 지도도 공개했다.
해당 지도를 보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제3차 양안 위기’ 당시 중국 측의 훈련 영역보다 더 대만 본토에 근접해서 훈련을 진행한다. 대만 제2의 도시 가오슝(高雄)과 근접한 남서쪽 훈련 구역은 대만 본토와 거리가 10마일(약 16㎞)도 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가깝다. 또 이번 훈련에선 지난 양안 위기 때와 달리 대만 동‧남동쪽 해역도 작전 지역에 포함됐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2일 밤 시작된 훈련과 오는 4일 시작될 훈련은 사실상 하나의 훈련이다. 2일부터 준비를 시작해 실탄 사격은 4일부터 개시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군사훈련의 규모를 키우고, 더 빈번하게 대만해협의 중간선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중국군은 펠로시 의장이 도착한 2일 밤 21대의 군용기를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 서남 공역에 진입시켜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군의 군사훈련은 세계 물류에도 일시적 차질을 부를 전망이다. 3일 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천연가스 공급업체들이 현재 북아시아로 향하는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항로를 변경하거나 운항 속도를 줄이고 있다”며 “이 시기엔 태풍 등으로 운송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지만, 운송이 기존 일정보다 3일 정도 지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대만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중단 조치도 발표했다.
중국의 수출입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해관총서(海关总署)는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대만산 과일에서 과도한 유해 성분이 검출됐고, 냉동 생선류에선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중국이 대만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중단을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에는 수확철을 맞은 파인애플에서 유해 생물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중단해 차이 총통이 직접 ‘민주주의의 파인애플’이라는 이름을 붙여 대체 수출 시장을 찾아 나선 바 있다. 중국은 지난해 9월엔 열대 과일인 슈가애플(번여지) 등도 같은 이유로 수입 중단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은 종종 정치적 문제에 대한 처벌을 위해 대만 농업을 타격했다”며 “과일 생산 농가가 많은 대만 남부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이끄는 민주진보당(민진당)을 지지하는 지역”이라고 전했다. 대만에서 생산된 과일류는 대부분 내수 시장에서 소비되지만, 수출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향한다. 해관총서는 지난 1일에도 대만 기업의 식품 58종류 3200여 품목 가운데 65%인 2066개 품목에 ‘수입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또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3일 대만에 대한 천연 모래 수출을 관련 법률 규정에 근거해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대만은 모래와 자갈의 수입 물량 중 90% 이상을 중국에서 공수했으며, 이 중 8% 정도가 천연 모래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 관리들은 중국의 이런 행보와 관련해 아직 잠재적인 피해를 평가하는 중이라고 밝혔다”며 “대만 측도 그 규모가 상당할 것이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대만의 최대 무역 상대국으로 지난 2021년 중국 본토와 홍콩에 대한 수출액이 1889억 달러(약 247조7400억원)에 달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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