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다음은 한국..'反中 경제 동맹' 펠로시 동선이 메시지

강태화, 김지선 2022. 8. 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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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극한 반발 속에 대만을 방문했던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 오후 한국에 도착했다. 4일엔 일본이다. 외교가에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로 꼽히는 대만ㆍ한국ㆍ일본을 미국 의전서열 3위 인사가 연쇄 방문하는 동선 자체가 반중(反中) 경제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큰 구상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펠로시 의장은 3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의 오찬과는 별도로 류더인(劉德音) TSMC 회장과 화상으로 만났다. TSMC는 중국을 배제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칩4 동맹’의 핵심 플레이어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목적이 미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공급망 구축을 지원하려는 것임을 보여준다. 외교부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의 대만ㆍ한국ㆍ일본 방문은 중국 봉쇄노선에 대한 드라이브라는 큰 흐름으로 볼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3일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났다. AFP=연합뉴스

미국은 대만과 함께 한국·일본을 반도체 공급망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한국에서도 '반도체 관련 현안'을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는 최근 양자컴퓨터와 인공지능(AI) 실용화를 위한 2nm(나노미터)급 차세대 반도체의 공동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언론은 3일 “5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 펠로시 의장의 조찬이 추진된다”고 보도하는 등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반도체 동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만나 웨이퍼에 서명하고 있다. 이 웨이퍼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양산 예정인 3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공정 웨이퍼다. 대통령사진기자단

펠로시 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다. 양국 의장은 국회 접견실에서 북한 문제를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경제 협력, 기후위기 등 현안에 대해 50분간 회담할 예정이다. 국회의장실이 공개한 펠로시 의장의 방한 일정에는 이날 김 의장과의 회담에 이은 공동기자회견, 별도 오찬 일정 등이 포함돼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을 지냈던 이광재 국회 사무총장은 중앙일보에 “군사동맹에 머물던 한ㆍ미 동맹이 급속하게 기술ㆍ경제 동맹으로 확대됐다”며 “국회도 여야를 떠나 국익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의회 외교를 확대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김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 등을 통해 한국 기업에 대한 확실한 지원안 등이 모색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지원법에는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반면 미국의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투자가 제한된다는 조항도 있어 한국 업계는 예민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격리중인 백악관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행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으로 만난 최 회장은 반도체·전기차(EV) 배터리·생명공학 등 220억 달러(약 28조8000억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NS 캡처]


이와 관련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5월 윤석열 대통령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경제로 확대된 포괄적 한ㆍ미 동맹에 합의했다”며 “미국의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국익을 위한 외교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김 의장도 국익의 차원에서만 회담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그가 JSA에서 북한 7차 핵실험에 대한 우려와 북한 인권 문제 등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후 오산 주한미군 공군기지에서 장병들을 격려한 후 일본으로 출국할 계획이다.

한편 박진 외교부 장관은 3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출국한다. 이때문에 펠로시 의장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이번 방한은 김진표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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