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와 달리 펠로시 안 만나는 尹.."휴가 설명에 美 이해"
미국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3일 저녁 방한한다. 펠로시 의장은 4일 김진표 국회의장과 면담을 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별도로 만나지 않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방한을 환영한다”며 “한·미 양국 국회의장 간 협의를 통해 많은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휴가 중 방한이라 “별도의 일정은 잡지 않았다”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만에선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오찬을 했고, 일본 언론에 따르면 오는 5일 방문하는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와의 조찬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윤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을 만나지 않는 것을 두고 외교가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하나의 중국’을 원칙으로 삼는 중국의 무력 시위 예고에도 펠로시 의장은 대만 방문을 강행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독립은 죽음의 길”이란 날 선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고려한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미 하원 민주당 대표단장으로 방한했던 펠로시 의장은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면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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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휴가 결정 뒤 펠로시 연락 와”
중국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대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일단락된 뒤 윤 대통령의 지방 휴가 일정이 잡혔다”며 “그 뒤에 펠로시 의장의 면담 요청이 들어와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에 “휴가(vacation)”라고 설명하자 “충분히 이해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내 사정으로 지방 방문을 취소하고 서울에 머물며 향후 정국 구상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다시 입장을 바꿔 펠로시 의장을 만나는 건 ‘외교 프로토콜’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핵심 관계자는 “미국 측에 이런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관계자도 “대통령이 휴가 중에 방한한 인사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윤석열 정부의 대중 외교에 큰 숙제를 안겨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우리 정부는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는 대사급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현재 대만에는 대사관이 아닌 대표부를 설치해 간접적 관계를 맺고 있다. 대통령실이 이날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관련 질문에 “우리 정부는 대화와 협력을 통한 역내 안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당사자국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특정 국가를 배제할 수 없는 외교적 환경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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