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 입학 반대 학부모에 고개 숙인 교육차관 "심려끼쳐 죄송"
“차관님 설명 들으러 온 게 아닙니다. 혼란에 대해 사과해달라고 온겁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 방안과 관련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을 만난 학부모들이 정책 철회와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유아에겐 1년 차이도 크다”며 조기입학이 사교육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3일 오전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정부 서울청사에서 수도권 유치원 학부모 9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전날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같은 장소에서 교육단체 및 학부모단체 대표들을 만난 데 이어 또 한 번 여론 수렴에 나선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전날 저녁에서야 학부모들에게 급히 연락해 이뤄졌다.
간담회에 앞서 장 차관은 “학부모님들께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가지고 계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본래 의도와 다르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장 차관은 “아이들에게 좀 더 일찍 양질의 공교육을 제공해 출발선상의 격차를 줄여보자는 의도였다”며 “학부모들의 의견을 가장 우선해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이번 업무보고 발표가 “졸속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초1‧2와 만 3세 세 자녀를 둔 학부모는 장 차관에게 “한글을 보통 몇세에 배우는지 아냐”며 “한국 나이로 6살 후반, 늦으면 7살부터 시작한다. 초등학교 입학하기 1년 6개월 전에 시작하는데 7살에 학교에 들어가면 5살 반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학부모는 “1년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며 “숫자도 못 세는 5살 아이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학교에서 4~5월에 한글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7월에 받아쓰기를 한다”며 “한글 안 떼고 가도 된다고 하지만 그랬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9년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과도기 학생들에게 배려가 너무 없는 정책”이라며 “발표된 대로 2024년에 확정되면 입학을 준비할 시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학부모는 “지금도 엄마들은 늦게 낳으면 적응이 힘들까봐 일부러 연초로 계획 임신으로 하기도 한다”며 “한글을 학교에서 가르친다지만 다른 과목을 하려면 한글을 알아야 한다. 다른 과목에선 한글을 안다고 전제하고 가르치는데 이러면 만 4세부터 한글을 가르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차관은 학부모들에게 거듭 사과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중 한 학부모가 “차관님 설명을 들으려고 급하게 온 게 아니다. 졸속행정과 혼란에 대해 사과해달라”고 하자 허리를 숙였다.
장 차관은 교육부 정책이 결정된 내용이 아니라 제안이라고 강조했다. 장 차관은 “의견 수렴 과정 중에 ‘시기상조다’,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이 나오면 그것조차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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