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결국 비대위 들어설까.. 이준석 "끼리끼리 참 잘하는 당"
"이준석 복귀 차단" vs "비상상황 정상화" 내홍 지속
李, 효력정지 가처분 등 법적 대응 나설지 주목
[아시아경제 김윤진 인턴기자] 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출범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이준석 죽이기'를 위한 체제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당내 갈등이 식지 않는 모양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 출범을 위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소집 계획을 밝혔다. 2일 국민의힘 지도부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전국위원회 소집을 의결한지 하루 만에 비대위 전환을 위한 절차가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는 지난달 사퇴를 선언한 배현진·윤영석 최고위원이 참석해 의결 정족수를 채웠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들의 사퇴서가 수리되지 않았다며 "비대위 출범 전 급박한 상황 발생 시 대처할 수 있어서 사직서 제출을 보류해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내 친(親)이준석계를 중심으로 이들이 비대위 체제를 강행하고자 '꼼수 사퇴'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절차적 정당성이 도마에 올랐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지금의 논의 방향이 혼란의 종식이 아니라 혼란을 더 조장하는 분열로 가는 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김용태 최고위원은 TBS라디오 '신장식의 신장개업'에 출연해 "다들 약속이 되어있는 것처럼 비대위로 총의를 모으고, 책임을 져야 할 원내대표 사퇴에는 말씀이 없다는 게 트루먼쇼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비대위 출범이 급물살을 탄 배경에 당 친윤석열계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지금 당에서 추진하는 비대위는 이준석 대표 컴백을 차단하는 게 목적인 듯하다"며 "당 다수파가 이 대표가 돌아오지 못하도록 조기 전당대회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당까지 혼란으로 밀어 넣어서야 되겠냐"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친윤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비대위 체제 전환 및 조기 전당대회 추진은 이 대표의 복귀와 무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금 당의 판단 기준은 국민의 지지 회복이지, 특정인이 복귀하느냐 마느냐가 기준이 되다는 것은 넌센스"라며 조기 전당대회는 이 대표의 거취와 무관하게 당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양금희 원내대변인 역시 전날 CBS라디오에서 "대부분의 의원님들은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비대위 출범 목적이 '이준석 죽이기'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애초에 당이 국민의힘 당헌 제96조에 따라 비대위가 출범할 수 있는 '비상상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도 의견이 갈린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당대표 직무정지와 최고위원 3인의 사퇴 선언으로 지도부가 4명밖에 남지 않아 "최고위원의 기능이 상실"된 비상상황이라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하지만 일부 최고위원의 사퇴가 비상상황을 만들기 위한 의도 된 행위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고위원의 자진사퇴로 비상상황을 야기해 언제든 자의적으로 비대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면 당원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라며 비대위 체제에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비대위 체제가 확정될 경우 이 대표는 징계 처분이 종료되는 6개월 뒤에도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다. 서 의장은 3일 "비대위를 만드는 즉시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권한을 갖는 것으로 전임 지도부는 해산된다"며 이 대표 역시 대표직에서 해임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이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끼리끼리 이준석 욕하다가 문자가 찍히고 지지율 떨어지니 내놓은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고 올리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오는 9일 또는 10일까지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열고 당헌 개정안 의결 및 비대위원장 임명을 마칠 예정이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해 원내 제1·2·3당 모두 비대위가 들어서게 된다. 2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국회 의원총회에서 "그만큼 대한민국의 정치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며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며 "정당 정치가 얼마나 취약하면 이렇게 모든 정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겠나"고 우려를 표했다.
김윤진 인턴기자 yjn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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