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변인 즉각 자처한 北, 펠로시 대만 방문에 "내정간섭"

정영교, 김지선 2022. 8. 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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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모습. AFP=연합뉴스

북한이 3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관련,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중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신속히 밝혔다. 미·중 대결 국면에서 중국 편에 서면서 북·중 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핵문제를 포함한 각종 현안에서 중국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외교가에선 진행 중인 다른 나라의 현안에 대해 북한이 공식 입장을 즉각 표명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북한이 미·중 대결을 기회 삼아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원한 전직 당국자는 "북한이 중국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지만, 이는 향후 북·중 관계를 내다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미·중 대결로 발생한 기회를 활용해 핵실험과 같은 고강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만은 중국의 불가분리의 한 부분이며 대만문제는 중국의 내정에 속하는 문제"라며 "내정에 노골적으로 간섭하고 영토완정을 파괴하려는 외부세력들의 행위에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응당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특히 북한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모든 후과는 미국이 책임져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조하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중국은 여러 차례에 걸쳐 반드시 확고하고 힘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며 모든 후과는 전적으로 미국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며 "현 상황은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펠로시 의장 대만 방문 북한·미국·중국 반응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도 대남·대미 위협의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제2의 조선 전쟁'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관련해 "쉴 새 없이 강행하고 있는 전쟁연습이 언제 어느 때 제2의 조선 전쟁으로 확산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는 조선(북한)이 울리는 경종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며 "무섭게 급변하는 정세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위협했다.

또 다른 대외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을지 프리덤 실드(UFS·Ulchi Freedom Shield)'로 바뀐 연합훈련 명칭을 문제 삼으며 "간판이나 방패로 바꾼다고 북침 전쟁 연습의 침략적 성격과 위험성을 가릴 수 있겠냐"며 "미국과 야합해 을지 프리덤 실드라는 합동 군사 연습을 대규모로 벌여놓으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북한은 미·중 대결을 자신들의 목표 관철을 위한 모멘텀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미·중 관계가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로 모종의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미가 연합훈련을 본격 시작하는 이달 중순이 한반도 정세에 중대한 분수령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북한은 닷새째 코로나19로 의심되는 신규 발열 환자가 닷새째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선언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조중훈 통일부 대변인은 지난 1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북한의 방역 정책이 성공했다는 것을 과시할 가능성, 변이 바이러스의 재유행, 그리고 북한 주민의 경각심과 방역 긴장도를 유지하기 위해 (봉쇄를) 조정하거나 유지할 가능성이 모두 있다"고 말했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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