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지원 중단해야" 발언..당 대표 인정받던 英정치인 최후
강경 좌파로 영국 노동당 대표를 역임했던 제러미 코빈이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미국 등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다. 그의 이런 발언은 레바논의 친 러시아 성향 방송국인 알 마야딘과 인터뷰에서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빈 전 대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쏟아붓는 것은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확산시킬 뿐"이라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한다면) 전쟁은 수년간 계속될 것”이라 주장했다고 한다.
코빈 전 대표는 또 “세계 지도자들이 ‘평화’라는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것이 실망스럽다”며 “그들은 전쟁 용어와 호전적인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전쟁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비롯해 러시아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의 안전과 안보에 대한 재앙”이라며 “(전쟁 지원보다는) 평화 회복에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엔(UN)을 향해서도 “더 중립적 입장에 서야 한다”며 아프리카연합(AU)이나 아랍연맹 등 다른 국제기구와 협력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유대주의’ 논란에 사실상 퇴출
그의 이런 주장은 현재 노동당의 입장이나 정책 방향과는 확연히 다르다. 그는 앞서 반(反) 유대주의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노동당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았고, 당으로 정상 복귀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키어 스타머 대표가 이끄는 노동당은 현재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의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스타머 대표는 올 초 언론 인터뷰에서 코빈이 부의장을 맡은 반전단체 ‘전쟁중지연합’(STWC)에 대해 “최악의 경우 민주주의를 직접 위협하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코빈 전 대표는 영국 좌파를 한때 대표했던 인물이다. 법인세 인상 및 은행 해체 등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미국의 강경 좌파 정치인 버니 샌더스와 비견되기도 했다. 그는 노동당의 비주류 의원이었으나 2015년 총선에서 참패한 뒤 당권을 잡으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7년 총선에선 보수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것을 막는데 공을 세웠다. 당시 총선 결과는 사실상 노동당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고, 코빈은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국면에서 치러진 2019년 총선에선 패배했고, 이듬해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제명’ 겨우 면해…‘무소속’ 출마할까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내가 노동당에서 받은 대우와 나에게 제기된 혐의는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나는 1966년 잉글랜드가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전부터 평생 노동당에 몸담았다. 그리고 내가 그 노동당을 이끌었던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억압에서 벗어나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지지했고, 이에 대해선 어떠한 의심을 받을 여지도 없다”고 항변했다.
이를 두고 노동당에선 재차 비판이 나왔다. 노동당 마거릿 호지 의원은 “코빈은 유대인의 정체성과 복잡한 중동 정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게 바로 그가 노동당에 복귀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노동당의 한 소식통은 “그의 선택에는 어떤 ‘모호성’도 있을 수 없다”며 “그게 바로 자신을 노동당 주류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빈 전 대표가 노동당 소속 신분을 회복하지 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노동당 후보로 출마할 수 없다. 코빈 지지자들은 그에게 무소속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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