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46% 끌어올린 액화탄산가스 담합..과징금 53억원 부과

[아시아경제 세종=이준형 기자] 현재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4대 조선사의 선박용접용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9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조선사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에서 낙찰예정자와 투찰가격을 담합한 유진화학, 태경케미컬 등 9개 업체에 과징금 53억3000만원을 부과한다고 3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조선사 구매 입찰은 물론 충전소에 공급하는 액화탄산가스 판매 가격과 물량도 담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산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중간재·부자재 분야 담합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법 위반 적발시 엄중하게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액화탄산가스 제조·판매사업자들이 담합한 배경은 2016년 시작된 조선업 불황에 있다. 당시 조선업 경기 불황으로 선박용접용 액화탄산가스 수요가 급감하자 액화탄산가스 제조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 실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4대 조선사의 액화탄산가스 구매 낙찰가는 2015년 kg당 154.5원에서 이듬해인 2016년 116원으로 약 25% 감소했다.

이에 덕양, 태경케미컬 등 7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업체는 2017년 6월 탄산조합 사무실에서 영업책임자 모임을 가졌다. 이들 업체는 이날 4대 조선사가 실시하는 액화탄산가스 구매 입찰에서 투찰 가격은 최소 kg당 165원으로 맞추고 낙찰 예정자에서 충전소를 배제하기로 합의했다. 담합 결과 4대 조선사가 2017년 7월부터 2018년 9월까지 실시한 144억원 규모의 액화탄산가스 구매입찰 6건 모두 낙찰예정자로 합의된 사업자들이 낙찰 받았다. 담합 기간 평균 낙찰가는 kg당 169원으로 담합 이전인 2016년(116원) 대비 약 45.7% 급증했다.

덕양, 태경케미컬 등 7개 액화탄산가스 제조업체가 2017년 6월 가진 영업책임자 모임 회의록 일부. [사진제공 = 공정거래위원회]

액화탄산가스 제조업체들은 다원화충전소에 공급하는 물량도 담합했다. 덕양, 석도화학, 유진화학 등 4개 업체는 2017년 10월께 다원화충전소에 판매하는 액화탄산가스 물량을 각사 과거 판매량을 기준으로 분배해 판매가 경쟁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앞서 같은 해 9월 액화탄산가스 판매 가격이 일제히 상승하자 다원화충전소들이 제조업체에 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필요시 거래처를 변경하겠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 4개 업체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5월까지 다원화충전소에 판매한 물량을 공유하고 각 충전소별 물량 배분 비율을 합의해 가격은 물론 판매 물량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은 공정위가 액화탄산가스 업계에서 연이어 발생한 담합을 처음으로 적발한 사례다. 공정위 측은 "산업 전반에 걸쳐 필수 부자재나 식품첨가제로 활용되는 액화탄산가스 입찰·판매시장 담합을 최초로 적발하고 제재한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번 조치로 액화탄산가스 거래시장에서 경쟁 질서가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