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해?] 극장가로 '비상선언', 이런 재난 영화를 기다려왔다

3일 개봉

그야말로 시의적절한 재난 영화다. 자연에 의한, 또는 새로운 종류의 재난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비상선언'은 그럼에도 살아가게 만드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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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선언'은 테러를 예고한 한 남성 진석(임시완 분) 하와이 행 비행기에 탑승한 후,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파시킨 후, 벌어지는 이야기다. 멈출 수도, 탈출할 수도 없는 비행기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재난을 맞닥뜨린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첫 번째 희생자가 발생한 후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진석(임시완 분) 이상하게 여긴 재혁(이병헌 분)과 부기장 현수(김남길 분), 승무원 희진(김소진 분)에 의해 일찌감치 제압된다. 보통의 재난, 테러 영화라면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설정이지만, '비상선언'은 초반부터 악의 근원인 진석을 일찌감치 제거해버린다.

진석의 테러보다, 더 무서운 건 재난을 마주한 사람들의 본성이라는 걸 말하고자 함이다. 비행기 안은 바이러스 증상이 보이는 승객과 아직 발발하지 않은 생각으로 칸이 나뉘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탈출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고통스럽게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심은 이기심으로 발현된다.

비행기 밖에서는 테러를 직감하고 수사를 시작한 형사 인호(송강호 분)와 국토부 장관 숙희(전도연 분)가 대테러센터를 구축하고 비행기를 착륙 사람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위험한 바이러스를 품고 있는 비행기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심지어 대한민국마저도 이들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비상선언'의 큰 강점은 시상식을 방불케하는 배우들의 열연보다 현실에 입각한 사실적인 연출이다. 과연 이 비행기는 '비상선언'과 함께 안전하게 이륙할 수 있을지란 불안과 의문이 승객들 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초반부터 핸드헬드로 흔들리는 연출법을 택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닌, 관객의 시점으로 주변을 보는 인상을 준다. 비행기도 실제 비행기 본체를 활용해 세트와 똑같아 사실감을 더한다. 기장의 죽음 후 여지없이 추락하는 비행기를 표현하기 위해 360도로 회전시킬 짐벌을 활용했다. 추락하는 비행기 속 승객들의 공포가 자연스러운 건, 짐벌로 실제 세트를 회전시켰기 때문이다. 이 장면을 보는 관객들 역시 비행기 좌석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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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하는 캐릭터들도 현실에 입각한 보편성을 품고 있다. 현실에서 그래왔듯 이 사태를 해결하는 건 대단한 영웅이 아닌, 손을 맞잡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이병헌, 김소진, 박해준 등 배우들은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낸다.

특히 첫 악역을 맡은 임시완의 변신이 도드라진다. 영화의 특성상 진석이란 캐릭터가 눈에 띌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임시완은 선한 얼굴에 목적도 없이 의뭉스럽게 구는 진석의 역을 훌륭히 해냈다.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안전보다 승객들을 먼저 생각하는 현수 역의 김남길과 희진 역의 김소진의 캐릭터 소화력도 뛰어나다. 정말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 혹은 풍경이라는 감상이 든다.

온탕과 냉탕 사이를 유지하며 긴장감을 주는 한재림 감독의 연출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했다. 우리는 '더 킹'을 통해 지금 시대에 등장해야 할 메시지가 무엇인지 무서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제시한 한재림 감독을 경험한 바 있다. 한 감독의 선구안을 믿어도 좋다. 결말은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도록 구축했다. 믿고 싶은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비상선언'의 또 다른 재미다. 일반관보다 영화적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특별관에서의 관람을 추천한다. 3일 개봉. 러닝타임 14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