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급식으로 튀김, 전.. 온몸에 화상 입을 정도죠"
[신재용 기자]
*이전 기사 한여름철 찜통더위, 학교 급식실은 '전쟁터'에서 이어집니다.
- 아침 검수부터 전처리, 조리, 배식, 설거지 및 청소까지. 가장 힘든 업무는 뭔가요?
"청소요. (깨끗하게 해야 하니까) 신경 쓰이고, 무거운 것을 더 많이 들어야 하니까요. 덥고요. 조리도구 씻는 것부터, 밥솥 같은 것도 혼자 씻거든요. 트랜치(편집자 주 : 하수구나 배수로의 직사각형 모양 뚜껑 또는 덮개)도 들어서 청소하는데 무거워요. 트랜치 청소하는데 서로 잘 안 맞고 한눈팔면 큰일나요. (무거운데) 내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잖아요. 잘못하다가 걸려서 넘어질 수도 있고요. 체력이 가장 많이 빠져있을 시간이기도 하죠. 조리하고, 계속 서서 배식하고, 그다음에 청소하니까요.
조리 과정에서는 주반찬(주찬)을 조리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고기나 튀김, 전 종류가 주찬인데요. 특히 이 여름에는 열 앞에서 계속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야 하거든요. 다른 요리는 하다가 더우면 아주 잠깐씩 숨 쉬러 나갔다 와도 되는데, 튀김이나 전은 그 자리에서 끝날 때까지 못 떠나요. 태우면 안 되니까요. 온몸이 화상 입을 정도로 벌겋게 되죠. 식단도 여름철에 맞게 짜면 좋겠지만 그건 영양사 선생님들 권한이죠. 최근에 주 1~2회 전, 튀김류가 있었어요."
- 덥고, 습하고, 시끄럽고, 미끄러운 곳에서 1인당 140명이 먹는 밥을 만드는 중노동. 다치지 않는 게 이상할 것 같아요. 아프거나 다치신 적이 있나요?
"아픈 건 다들 허다해요. 저만해도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다녀요. 트랜치에 손가락이 껴서 찢어진 사람도 있고, (수백 개가 쌓인) 식판을 카트에 싣고 밀고 가다가 그게 발등으로 떨어져서 발등뼈가 깨진 분도 계시고요. 천장 후드를 청소하다가 떨어져서 다친 분도 있네요. 요즘은 연 1회 학교 예산으로 후드 청소를 해주긴 하지만요.
▲ 대규모로 햄을 굽는 조리실무사(위)와 천장 후드를 청소하는 조리실무사(아래) |
ⓒ 신재용 |
- 산업재해를 입은 적은 없나요?
"저는 없는데, 주위에 많아요. 이전에 비하면 산재 처리하기가 쉬워졌죠. 전에는 학교에서 (산재 신청을) 못하게도 하고, 학교장 승인을 받았어야 했으니까요. 얼마 전에 폐암 선고를 받으신 조리실무사님이 있어요. 지금 폐암 수술하고 휴직 중이거든요. 그분이 일한 지 10년 정도 된 거로 알아요. 아무래도 (조리하면서) 가스를 마시니까 (이런 일이 생기죠). 천정의 후드 같은 배기 시설이 연기나 증기를 잘 빨아들이는 것 같지도 않아요."
2018년까지는 산업재해 신청을 할 때 사업주의 날인이 있어야 했다. 관리자와의 마찰을 우려해서 일하다 다쳐도 산업재해 신청을 꺼렸는데, 이제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은 물론, 산업안전보건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산업재해, 노동안전에 대한 인식이 많이 향상됐다. 노동조합이 산업재해를 처리하는 과정을 알려주고 있어서 이전보다 더 수월하게 산업재해를 신청한다.
급식실에 있는 솥, 찜통, 양념통 등 조리기구는 대규모 조리를 해야 하므로 크고 무겁다. 이 안에 있는 수백 인분의 음식을 삽처럼 생긴 큰 국자로 젓고, 수백 개의 채소를 썰거나 다듬고, 천 개가 넘는 식판을 수거해서 옮기고 씻는 일 등 무거운 것을 들고 내리거나 반복되는 동작을 많이 한다. 관절이나 뼈, 근육에 부하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어깨충돌증후군이나 손목터널증후군, 허리디스크, '테니스엘보'라고 불리는 상과염 등으로 산업재해를 신청해서 승인받는 경우가 많다.
▲ 2020년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의 폭염 대책 마련 기자회견 |
ⓒ 신재용 |
월급 없는 방학은 보릿고개, 멸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도 해
- 7월 27일부터 방학인데요. 방학 중에 급여가 있나요?
"없습니다. 조리실무사는 '방학 중 비근무' 직종이에요."
- 방학에 급여가 없다면 생계는 어떻게 하는지요?
"방학 중 비근무자의 1년 근무 일수가 연 305일 정도 돼요. 전에는 소위 '275일'이었는데, 올해 조금 더 늘어났죠. 275일 근무하는 게 실제 275일 근무라기보다는 (주말을 포함한) 학생들의 수업일수와 근무일수가 일치한다는 의미인데, 이제는 방학에도 학교에 나와서 무언가를 한다는 거죠. 산업안전교육, 청렴 연수나 직무 연수 같은 여러 연수, 노조 교육, 식당 청소 등으로 305일이 채워져요. 320일까지 늘어난 지역도 있다던데, (근무일수가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지역마다 편차가 심해요.
방학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이중 취업이라 뭔가 (이름을) 내걸고 할 수가 없어요. 공장도 다녀보고, 식당에서 하루나 이틀 정도 급하고 바쁠 때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가서 일하죠. 겸직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학교에서 잘 안 해줘요. 세금 신고가 복잡해지고, 4대 보험을 이중으로 처리해야 하는 이유로. 하여튼 못하게 해요.
그런데 안 할 수가 없어요. 벌이가 없다고 손가락만 빨 수는 없잖아요. 방학에 근무 일수가 늘어나면 이런 고충도 없을 텐데요. 외벌이 하는 분이 생각보다 많아요. 멸치 공장에 가서 멸치를 고르기도 하고, 예식장 아르바이트도 해봤어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에겐 절박하죠."
- 지난 6월 지방 선거가 있었죠. 몇몇 지역 교육감들은 방학 중 급식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는데요. 방학 중 급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학교에서 나오라고 하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어요. 근무일수가 늘어나니까요."
조리실무사 등 방학 중 비근무자는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1년 내내 근로계약을 하고 일하는 셈인데, 실제 일하고 급여를 받는 기간은 9~10개월 남짓이다. 계약 기간과 근무 기간이 일치하지 않아서 생계 등 여러 문제가 생기며,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하는데 겸직 허가가 잘 나지 않는다. 여러 연수 등 방학 중 근무일수를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
방학 중에 급식을 하면 근무일수가 늘어나서 좋을 수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학교급식법 시행령 제2조는 학교급식 운영을 '수업일의 점심시간에 영양관리기준에 맞는 주식과 부식 등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방학은 수업일이 아니므로 학교급식법이 적용되지 않는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이때 산업재해나 식중독 등 문제가 생기면 그 책임소재를 두고 혼란이 생길 수 있다.
▲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개최한, 폐암으로 숨진 조합원을 추모하는 결의대회 |
ⓒ 신재용 |
이 노동의 가치를 아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어요
- 교직원으로 지내면서 서운했던 점이 있나요?
"친목회에 들라고 해서 들었는데 회비만 내고 참석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닌 것 같고, 시간이 안 돼요. 다른 교직원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오라고 해서 가보면 끝나고, 활동이 잘 안 되네요. 처음부터 우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지 않은 느낌도 있어 보이고요. 그래서 탈퇴했어요. 학교마다 다르긴 해요. 어느 학교는 모두가 잘 지내는데요. 워낙 일이 많다 보니 친목회에 참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불만이 쌓이고 서로 친하게 지내기 어렵게 됐죠.
호칭도 예전엔 '아줌마'였다가 여사님, 이제는 선생님이라고 불리는데요. 아직도 여사님 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애들이 배워요. 선생님들이 그렇게 부르니 애들도 '이모'라고 불러요. 그리고 행정실 같은 곳에서 조리실무사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우리를 안 좋게 보는 것 같기도 해요. '이렇게 많이 좋아졌는데 왜 계속 요구하냐'는 식으로요. 현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일한 만큼 받고 싶을 뿐인데요. 예전보다, 노조 없을 때보다는 월급이 더 많이 오르긴 했죠. 하지만 여전히 힘들어요."
- 이 기사를 읽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주세요.
"급식하면서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고, 자랑스럽게 생각해왔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이 급식 노동의 가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막일하는 사람처럼 생각하죠. 설령 공사장에서 막일한다고 해도 그 노동의 가치는 알아줘야 하잖아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힘들게 지금까지 일해왔는데, 이 노동의 가치를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 풍토가 그래요. (몸 쓰는 일 하는 사람을 보면) '엄마가 공부하라고 할 때 안 했다'라는 식으로 무시하고요. 저는 '그런가 보다' 하고 마는데, 이 일이 가치 없는 일이 아니죠. 내가 한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이 자라고, 급식 없으면 엄마들 매일 귀찮게 도시락 싸야 해요. 급식 없는 20~30년 전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아무도 돌아가려고 하지 않을 걸요?"
학교급식이 있기 전까지 학생들은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먹었다. 도시락에 얽힌 추억과 낭만이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이는 누군가의 가사노동이었고, 빈부격차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본격 시행된 학교급식은 가사노동의 당사자를 '도시락 노동'으로부터 해방했고, 2010년대에 도입된 무상급식은 가난하든 부유하든 누구에게나 따뜻한 한 끼를 제공했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지만, 당사자들의 노동조건은 열악하며 '한낱 밥하는 아줌마'라는 시선을 받는다. 5년 전 어느 국회의원이 조리실무사를 두고 '그냥 밥이나 하는 동네 아줌마'라는 말을 했다가 질타를 받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차린 급식이 방학 중에도, 아침에도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교육복지가 확대돼갈 때,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노동을 한 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무더운 이 여름날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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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노동과세계>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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